[단독] “노후자금 진짜 날렸네”…홍콩ELS 가입자 10명중 4명이 60대이상
70대이상 1만7067명…90대 23명
상반기만 5대 은행 4.2조 손실 예상
4년간 판매 수수료만 3148억 챙겨
6일 매일경제가 국회 정무위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5대 은행에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관련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15만3109명이었다. 70대 이상은 1만7067명으로 전체의 11.1%에 달했다. 이중 80대는 1228명, 90대 이상은 23명이었다.
그동안 은행이 파생상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충분치 않은 고령층을 상대로 고위험상품을 적지 않게 팔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장조사를 해보니) 고령층을 상대로 한 부적절한 판매가 있었던 경우들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금융사가 눈앞에 보이는 수수료에 급급한 건지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주경 의원은 “고령일수록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크고, 하루하루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신속하게 검사 및 민원조사를 마쳐야 한다”며 “은행에서의 고위험상품 판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콩 H지수 ELS 상품을 5대 은행에서 가장 많이 투자한 연령대는 50대와 60대였다. 50대 투자자의 비중은 30.6%(4만679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도 비슷한 29.5%(4만5231명)이었다. 40대는 15.3%(2만3478명), 20대는 5%(7724명)이었다. 10대 이하도 2541명이나 됐는데, 미성년자의 경우 본인이 ELS 관련 상품에 직접 신규가입 할 수 없고 부모 혹은 보호자가 대리해야만 한다.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던 홍콩 H지수는 지난 5일 5300대까지 내려가는 등 약세를 보이면서 관련 ELS 상품에서 손실이 나고 있다. 금감원이 파악한 금융권 전체 홍콩 H지수 ELS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고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상반기 만기 물량도 8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일까지 5대은행에서 홍콩 H지수 ELS의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3100억에 달한다. H지수가 5300선에 머무른다면 상반기에만 4조2000억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들은 2020년부터 2023년 11월 말까지 약 4년간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관련상품에서만 3148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가장 많은 ELS 관련 상품을 판매한 KB국민은행이 H지수 ELS 상품판매로만 1834억원을 벌었고, 신한(516억원), NH농협(434억원), 하나(358억원), 우리(6억원)이 뒤를 이었다.
5대 은행은 또 2021~2023년 H지수 상품을 포함해 전체 ELS 판매를 통해 수수료 등으로 6800억원을 벌었다.
홍콩 H지수 ELS에는 수백억대의 거액을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윤주경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 개인투자자는 2021년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424억원을 넣었다. 2021년은 H지수가 1만2000선까지 올랐을 시기인데, 만약 이 투자자가 만기상환을 하지 않았다면 200억원 가량이 손실이 되는 상황이다. 2020년에도 한 개인이 373억원어치를 ELS 상품에 태웠다. 고액 자산가라 해도 이 정도 금액을 파생상품에 ‘몰빵투자’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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