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화 첫 발…노동계 “미래세대에 희망” 中企 “중대재해법 절박”(종합)

손덕호 기자 2024. 2. 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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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위원장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삶 향상시켜야”
中企중앙회장 “현장 근로자 부족…월급 천정부지”
尹대통령 “비정규직·프리랜서 목소리 귀 기울여달라” 요청에 자리 마련하기로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3차 본위원회에서 김문수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노사정이 6일 한 자리에 모여 산업 전환과 일하는 방식 개선, 계속고용 청년·고령자 상생 등 광범위한 의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9개월 만이다. 노동계는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면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전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이 유예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제13차 본위원회를 개최했다. 본위원회는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다. 경사노위 위원장·상임위원,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장관, 근로자위원 4명, 사용자위원 5명, 공익위원 4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 근로자위원도 5명이지만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 1명이 공석이다.

노사정은 앞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 ‘일·생활 균형 위원회’, ‘인구구조 변화 대응·계속고용 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를 구성해 노동 현안을 논의해 나간다. 의제는 산업전환,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장시간 근로 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성, 일하는 방식 개선, 정년연장 방안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청년·고령자 상생 고용 방안 등이다. 특별위원회는 6개월 운영된 후 필요시 3개월 추가된다. 의제별 위원회는 1년간 활동하고 합의하에 연장할 수 있다.

노사정은 본위원회에 앞서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방향’ 선언문에 합의하고 서명했다. 노사정은 선언문에서 “4차 산업혁명, 기후위기 등 산업 구조와 노동환경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고 우리 사회는 유례 없는 저출생을 경험하는 동시에 초고령사회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 노동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생산성과 근로조건이 조화롭게 향상되는 역동적이고 활력 있는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필요한 추가 과제를 발굴한다”고 했다.

본위원회 모두발언에서도 노사는 한 목소리로 한국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위기다. 세계 역사상 최저 출산율과 저성장 경제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며 “한국노총이 국가 위기 극복과 노동 복지 증진을 주도해달라”고 했다.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3차 본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선언문에 합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연합뉴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복합 위기 앞에 각자 도생하는 공멸의 한국 사회가 아니라, 공생·공존의 한국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우리를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며 “노동권 사각지대에서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유보된 권리를 되찾아주는 것 또한 시대적 사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플랫폼 근로자와 프리랜서 등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 기관은 장기 저성장을 경고하면서, 극복하려면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등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며 “노동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데 우리 노동시장 낡은 법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경제 활력이 줄어들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50인 미만(5~49인) 소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되어야 하고, 주 52시간제로 근로자들이 월급이 깎이는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지금은 사실 의미가 없다”며 “근로자가 부족해서 현장에서는 월급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원하는 급여를) 줄 수 있느냐 없느냐 부분이 더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은 논의 파트너인 한국노총의 김동명 위원장에 대해 “지난 1월 3일 신년인사회에서 처음 뵙고 참 멋진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김 위원장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로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문제점을 보면 너무 대화가 안 된다”며 “모든 것을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많은 부분을 대화로 해결하자”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사는 각자 다른 입장을 대변하면서 사회적 대화에 임하겠지만 미래세대 일자리,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역지사지 자세로 대화와 타협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국민들의 기대에 걸맞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 격려 오찬에 참석해 경사노위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경사노위 위원들은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해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윤 대통령과 경사노위 위원들이 대면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등 16명이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노사 문제는 단순히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 간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사회에 대한 애정, 후대에 대한 사랑, 국가에 대한 애국심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공동의 목적 의식으로 대화한다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산업전환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등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현호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소장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장상윤 사회수석에게 조만간 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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