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계부채 틀어막기와 변죽 울리기
가계부채 억제 번번이 실패… 지속 증가
9억 이하 주택 다시 술렁… 1년 전과 닮아
가계부채 억제에 역행하는 공적대출…이율배반
올 하반기 금리 인하 시작되면 가계부채 위기커질 듯
정치권 이해관계떠나 가계부채 위기 관리해야
한국, 가계대출 GDP 100% 넘어
공적대출, DSR 규제 제외
금리 인하, 가계부채 증가 주요 변수
지난해 가을 금융위원회와 한국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기업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와 비판이 쏟아진 대목이 있었다.
이른바 특례보금자리론.
지난해 1월 도입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기준 없이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모기지상품이었다.
금리 상승기였던 지난해 최저 연 3%의 고정금리를 유지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제외됐으니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43조 원 이상이나 풀려나간 이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갔고 하락세를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을 다시 달궈놓았다.
이 자금은 주택담보대출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풀려 집값 재반등을 이끌었다.
부동산 폭등기에 영혼을 끌어모아 집을 샀던 2030 청년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진정 기미를 보이던 집값과 가계대출은 덕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이다. 국제금융협회가 분기별로 조사하는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34개국 가운데 100%를 넘는 국가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통화당국이 1년 반 넘게 긴축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부채는 끝 간 데 없이 늘고만 있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지난달 29일부터 정부는 27조 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을 또 시작했다.
지난해 1월 1일 이후 아이를 출산했거나 입양한 가구에서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특례보금자리론처럼 이 것 역시 DSR 규제에서 제외된다.
부부 합산 연 소득제한 기준이 1억 3천만 원이니 문턱도 높지는 않은 편이다.
이러다 보니 신생아 특례대출은 신청을 받자마자 접속자들이 폭주하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접속이 지연되는 소동을 겪었다.
최근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에서 9억 원 이하 중소형 주택에 대한 거래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1년 전 특례 보금자리론이 풀리기 시작할 때와 닮은 꼴이다.
지난해 특례 보금자리론처럼 이번엔 신생아 특례대출이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시작으로 부동산 시장을 달구는 불쏘시개 노릇을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추진계획을 통해 가계부채 억제차원에서 전세대출금까지 DSR 규제 대상에 일부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반등의 핵심으로 꼽혔던 특례보금자리론도, 올해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도 모두 DSR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변죽만 울린다는 말이 있다.
핵심은 찌르지 못하고 주변 가장자리만 건드린다는 뜻이다.
DSR 규제를 강화해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에선 대규모 공적 대출을 풀고 있는 정부의 정책이 이율배반이고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이달 초 한 포럼에서 '정부의 공적 지원 대출이 7년만에 3배나 늘어나면서 가계부채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가계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를 방치하거나 부추긴다는 얘기이다.
이창룡 한은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전 기자회견에서 "(향후) 6개월 이상은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 발언을 근거로 3분기쯤에는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부채 관리는 더 어려워 질 게 자명하다. 올 하반기부터는 가계부채를 더 증가시킬 주요 변수가 또 등장하는 셈이다.
가계부채는 총선 여론같은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국가적 위기로 비화될 수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더 늦기 전에 가계부채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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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성기명 논설위원 kmsu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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