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홍콩 ELS … 70대이상 가입자만 1만7천명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4. 2.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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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가입자 분석
고령자 많아…90대도 23명
424억 넣은 개인투자자도
올들어 홍콩ELS 4715억 손실
반등 없으면 상반기 4조 예상
5대은행, 수수료 3148억 챙겨
이복현 "불완전 판매도 확인"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금융당국이 일부 불완전판매를 확인한 가운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해당 상품에 투자한 70대 이상 고령자가 1만7000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매일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5대 은행에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관련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15만3109명이었다. 70대 이상은 1만7067명으로 전체의 11.1%에 달했다. 이 중 80대는 1228명, 90대 이상은 23명이었다.

그동안 은행이 파생상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충분치 않은 고령층을 상대로 고위험 상품을 적지 않게 팔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현장조사를 해보니) 고령층을 상대로 한 부적절한 판매가 있었던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금융사가 눈앞에 보이는 수수료에 급급한 건지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의원은 "고령일수록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크고, 하루하루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신속하게 검사 및 민원조사를 마쳐야 한다"며 "은행에서의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70대 A씨는 노후 대비를 위해 안정적 투자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은행 직원이 "손실이 나지 않는 상품"이라며 홍콩 H지수 ELS 상품을 추천하고 투자 성향도 임의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또 80대 남성 B씨는 노후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을 통해 해당 상품에 가입했지만, 자신이 직접 가입서류에 서명하지 않았고 은행 직원이 대리서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홍콩 H지수 ELS 상품을 5대 은행에서 가장 많이 투자한 연령대는 50대와 60대였다. 50대 투자자의 비중은 30.6%(4만6790명)로 가장 많았고, 60대도 비슷한 수준인 29.5%(4만5231명)였다. 40대는 15.3%(2만3478명), 20대는 5%(7724명)였다. 20대 미만도 2541명이나 됐는데, 미성년자의 경우 본인이 ELS 관련 상품에 신규 가입할 수 없고 부모 혹은 보호자가 대리해야만 한다.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던 홍콩 H지수는 지난 5일 5300대까지 내려가는 등 약세를 보이며 관련 ELS에서 손실이 나고 있다. 금감원이 파악한 금융권 전체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고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상반기 만기 물량도 8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5일까지 5대 은행에서 홍콩 H지수 ELS의 손실이 확정된 금액이 4715억원에 달한다. H지수가 5300선에 머무른다면 올 상반기에만 4조2000억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들은 2020년부터 2023년 11월 말까지 약 4년간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관련 상품에서만 3148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가장 많은 ELS 관련 상품을 판매한 KB국민은행이 H지수 ELS 상품 판매로만 1834억원을 벌었고 신한은행(516억원), NH농협은행(434억원), 하나은행(358억원), 우리은행(6억원)이 뒤를 이었다.

홍콩 H지수 ELS에는 수백억 원대의 거액을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윤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 개인투자자는 2021년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424억원을 넣었다. 2021년은 H지수가 1만2000선까지 올랐을 시기인데, 만약 이 투자자가 만기 상환을 하지 않았다면 200억원가량 손실을 입게 된다. 2020년에도 한 개인이 373억원어치를 ELS 상품에 태웠다. 이 정도 금액을 파생상품에 '몰빵'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인혜 기자 / 박나은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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