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까지 의사 1만명 증원 … 지역의료 살리고 고령화 선제대응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2.1명
OECD 국가 중 압도적 꼴찌
의대정원 지방대 우선 배정
대학별 모집 요강은 4월 확정
정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의사 "유인 효과 없다" 반발
◆ 의대정원 확대 ◆

2000명.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규모로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를 내놨다. 서울대 이공계열 입학정원(2024학년도 기준 1795명)보다 많은 숫자다. 파격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지 않으면 현재의 지역·필수의료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고령화에 따른 미래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
정부의 절박감은 여러 통계에 기반한다. 지난해 7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3'에 따르면 한의사를 제외한 한국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1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 OECD 평균(3.7명)에 도달하려면 현재보다 1.8배가량 늘려야 하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0.17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의사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의료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은 961만명으로 이미 전체 인구에서 18%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의료 기술 발달과 기대수명 연장 등 요인으로 2050년에는 노인 인구가 19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급격히 진행 중인 고령화 추세에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의료체계 붕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6일 브리핑에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우리나라가 어렵게 이룩한 의료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나섰다"며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면 2031~2035년 5년간 최대 1만명의 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수 부족에 수도권 쏠림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의료가 무너졌다는 점도 이번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은 전국 평균보다 5000명 정도 부족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국 어디에 살든 좋은 병원과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 병원에 제대로 투자하고,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배정해 지역 의료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한 배경이다.
다만 어느 의대에 얼마나 많은 정원이 돌아갈지는 각 대학 모집요강이 확정되는 4월까지 복지부가 교육부와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대학별 증원은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하에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지역 의료 지원의 필요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늘어난 의사 수만큼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가 확대될 수 있는지다. 정부는 이달 초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계약형 지역·필수 의사제' 도입을 포함해 난이도·위험도 등을 고려한 '공공정책수가' 추가 지급, 중증·필수의료 인프라스트럭처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사후에 보전하는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런 의료 패키지가 지역·필수의료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의사와 보건 관련 단체는 주장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더 많은 의사를 배출해 무너지는 지역·필수의료 체계 붕괴를 막을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면서도 "지역·필수의료를 책임지겠다는 대학에 정원을 더 늘려주고, 대학과 대학병원이 지역 병원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책임지도록 하지 않으면 확대된 의대 정원은 대학병원이 몸집을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고, 수도권 환자 쏠림은 심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규모가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교육부는 2000명 정도면 법에서 규정하는 교원·교사·교지·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교육 여건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과 달리 의대에는 평가인증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교육의 질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심희진 기자 / 김지희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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