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선주의 폭주 …"나토 탈퇴 안해도 역할 크게 줄듯"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4. 2. 6. 17: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본 '트럼프 2기' 美 외교안보 정책
미국 본토 위협 방어에 치중
동맹 위한 확장억제 줄이고
방위비 분담금은 더 늘릴듯
해외 주둔 미군기지 유지비
동맹국에 모두 전가할수도
바이든 정부 IPEF 폐기후
새로운 통상협력체 만들듯

◆ 트럼프 컨틴전시 플랜 ◆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하면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 부활'로 정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2017~2021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쌓은 외교적 경험을 토대로 동맹국과 단절하고 스스로 고립되는 대신 미국 국익을 위해서는 보다 무모한 대외 전략을 펼친다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2000억달러 이상을 썼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도 그만큼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공격받으면 나토가 미국을 돕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토에 강한 불신을 보내기도 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세계에서 거친 지도자들과 협상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시로 거론한다. 그러면서 본인이 대통령이었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탈퇴를 공약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5명은 최근 매일경제와 진행한 서면·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은 '스트롱맨(Strong man)' 시대를 넘어 '스트롱거맨(Stronger man)' 시대로 전환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 본토를 향한 위협을 방어하고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멀리 떨어진 동맹국에 대한 확장 억제와 안보 보장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나토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 증가 등 동맹국이 더 많은 안보자금을 부담하도록 요구하면서 동맹국에 주둔하는 모든 미군기지 유지 비용을 동맹국에 전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 관계를 폐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동맹을 위한 미국의 분담금은 더욱 '평평한 운동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두 번째 트럼프 대통령직은 트럼프 1기보다 훨씬 더 위험할 것"이라며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같은 견제 세력은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대신 능력에 상관없이 강경 충성파가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을 둘러쌀 것이므로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동맹국에 더 일방주의적이고 적대적이면서 회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거래 당사자(Deal Maker)로 여기면서 우크라이나 미래를 놓고 푸틴 대통령과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맺은 동맹 관계는 파편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한국, 일본, 호주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동맹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밝히는 등 스트롱맨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2기 때는 더욱 강력한 외교안보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 한국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중국 정책을 고수한다"며 "수출통제 등 중국과 전략적 경쟁이 계속되겠지만 동맹과의 관계는 보다 탄력적으로 변한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탈퇴 언급은 '레토릭(수사법)'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집단 안보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나토 탈퇴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토에서 미국의 역할은 계속 줄어들 수 있다.

아울러 여 한국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IPEF에서 탈퇴한다고 했지만 다른 형태로 인도·태평양 주도권을 쥐기 위한 플랫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동맹국을 향한 반감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당시 나토와 한미동맹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목격했으며, 트럼프 2기에도 같은 기조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트럼프 개인과 미국 우선주의 이념에 충성을 맹세한 간부들의 도움을 받고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동맹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며 "더 많은 안보 노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