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부끄럽다” 거인의 에이스, 99년 PS 명장면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MK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4. 2. 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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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중 한 명이 99년도 때 주형광 코치님의 세리머니를 따라했는데, 코치님이 ‘아직까지 그게 회자돼서 되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사실 선수 입장에선 되게 뼈가 있는 말씀이시기도 하고 선수로선 사실 부끄러워해야 될 만한 일이다.”

거인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이를 깨물었다. 이제는 국내 투수들이 1~2선발을 맡아야 하고, 그 자신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도 내비쳤다.

동시에 롯데의 과거의 영광만 회자되고 있는 현 상황을 선수로선 부끄러워 해야하고, 더 노력해야 될 일이라는 처절한 자성의 생각도 덧붙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2023년은 박세웅에게 야구 인생의 2막이 열린 해였다. 2022년 10월 5년 최대 90억원의 다년 계약을 맺었고, 이후 치른 첫 시즌서 27경기 9승 7패 평균자책 3.45의 역투를 펼치며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특히 대표팀 차출로 커리어 최다 이닝과 최다 선발 등판 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용면에선 프로 시즌을 통틀어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꼽을만한 2023시즌이었다.

무엇보다 차세대 국대 1선발로 완전하게 자리 매김했던 한해였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박세웅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펄펄 날면서 차세대 태극마크 에이스가 될 수 있을만 한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박세웅 개인으로도 AG 금메달로 병역 문제를 해결하면서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 어려움조차 그 자신의 힘으로 이겨냈다. 보다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에이스’의 책임감은 달랐다.

시즌 종료 후 만난 박세웅은 “다들 뭐 이제는 군대가 해결됐으니까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할 수 있겠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실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기보단 그냥 야구만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지, 마운드에 올라가면서 편하게 올라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박세웅은 “팀에 새로운 감독님이 오셨고 새로운 팀으로, 또 거기에 맞게 준비를 하겠다. 편하게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보단 책임질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책임감을 전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그 마음은 롯데의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괌 현장에서도 변함이 없어 보였다. 박세웅은 캠프에 소집된 선수를 통틀어서도 가장 좋은 구위를 뽐내며 올해도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하고 있었다.

나아가 이젠 더는 토종 에이스가 아니라, 롯데를 대표하는 1선발로, 그리고 가을야구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각오로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롯데의 스프링캠프지인 괌 데데도 스포츠컴플렉스에서 6일 만난 박세웅은 “(지난해)선발 투수들이 ‘경기를 잘 만들어 나가야 된다’는 책임감이 항상 있었다. 지난해는 반즈나 윌커슨과 같은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나 잘 해준 시즌이었기 때문에 선발 투수들의 지표가 좋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롯데 선발진의 선전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세웅은 “KBO리그에는 외국인 투수들이 1~2선발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국내 선수들이 1~2선발을 맡으면 더 팀이 강해질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하는 편”이라며 “(나)균안이도 있고 선발 투수로 준비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국내 투수들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버금가는 투구를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선발진의 퀄리티를 책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박세웅 그 자신을 포함한 국내 투수들이 더 로테이션을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에서 나온 말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롯데의 1선발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겠다’는 취재진 질문에 박세웅은 “매년 목표를 세워 오기도 했지만 목표를 세우다 보니까 사람이 조금 조급해지는 것도 있고, 급해지는 것도 있더라”면서 “그래서 올 시즌은 중간에 삐끗함 없이 시즌을 완주하면 그러다 보면 성적이 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인 것 같다”며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매 순간을 더 충실하게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부터 전했다.

KBO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새로운 코칭스태프들의 부임은 박세웅에게도 더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 6일 스프링캠프 현장에선 박세웅을 또 한 번 깨우치게 한 순간이 있었다.

가을야구 등판에 대한 목표를 묻자 박세웅은 “가을야구가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우승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 이후 “오늘 아침에 또 우스갯소리로 마침 그 얘기가 나왔었다”면서 오전훈련 도중 있었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선수 누구 한 명(김도규)이 주형광 코치님의 99년도 세리머니를 따라해서 주 코치님이 ‘아직도 저게 회자돼서 되겠냐, 그동안 얼마나 그런 일이 없었으면 아직까지 그렇게 회자되겠냐’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면서 롯데 역대 최고의 PS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상황을 언급했다.

롯데의 젊은 투수 김도규가 따라한 세리머니는 바로 1999년 롯데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7차전 승리가 확정된 직후 주형광 코치가 환호했던 극적인 순간을 말한다. 당시 7전 4선승제로 치러졌던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는 삼성에 1승 3패로 뒤지며 절체절명의 탈락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5차전 펠릭스 호세의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1승을 따라붙은 이후 6차전까지 내리 승리하고 대구에서 7차전을 치렀다.

7차전에서도 호세의 동점 홈런 이후 퇴장, 마해영의 백투백 홈런 등 롯데 역대 PS 명장면에 이어 9회 초에는 3-5로 뒤진 상황 임수혁의 대타 동점 홈런까지 터졌다. 그리고 당시 주형광 투수코치는 호수비에 힘입어 연장 10회 말 무사 1,2루 위기를 막았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주 코치는 이어 11회 말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롯데의 7차전 승리를 견인, 팀을 한국시리즈로 견인했다. 롯데의 승리가 확정 됐던 당시 주 코치가 마운드에 위에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포효하는 장면은 여전히 롯데 팬들의 가슴 깊이 남아 있는 극적인 환희의 순간이다.

하지만 실제 그 기억만이 롯데 팬들에겐 가장 최근 가을야구에서의 환희로 기억되고 회자되는 추억이 된 것은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바로 그 다음의 전설의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주역이었던 주 코치가 선수단에서 호흡하는 선수인 동시에 후배들에게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야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것이다.

박세웅 또한 “사실 선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되게 뼈가 있는 말씀이시기도 하고, 선수로서는 사실 부끄러워해야 될 만한 일이기 때문에 코치님의 저런 말씀을 잘 되새겨서 올해는 좋은 성적으로 팀이 마지막엔 웃을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를 꽉 깨문 각오를 다졌다.

사진(괌)=김원익 기자
괌=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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