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무전공 확대… 이탈자 늘까 대학가 '전전긍긍'
무전공 목표치 제시 절반이 반대.. "원하는 과 못가면 중도포기 늘 것"
대학가에선 올해부터 확대되는 무전공 선발로 중도 탈락생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던 차였다. 무전공 선발로 입학할 경우 2학년 때 원하는 전공을 배정받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이 탓에 의대 증원과 무전공 선발 확대가 맞물려 중도 탈락생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이공계 안가요" 최상위권 학생 모두 의대로?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로 입시에선 막대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대입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택한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도 만점을 받은 학생과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학생은 모두 의대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지원자가 증가하면서 의대 다음으로 선호되는 학교나 학과 합격자가 대거 의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해당 학교·학과의 합격 커트 라인을 낮추고, 다음 성적권 대학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의대 입시를 위해 주요 대학에 합격하고도 재수나 반수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열 중도 탈락생수는 2018년 920여명에서 2022년 1388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중도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 정원이 1000명 정도만 늘어나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합격자의 절반이 빠져나갈 수 있다"라며 "의대 입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2~3등급 학생도 의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웬만한 이공계 학과에 다니는 것보다 재수, 삼수하더라도 의대에 한번 들어가는 게 낫다는 인식이 많다"라며 "대학생 사이에선 1학년 뿐만 아니라 2학년이나 고학년까지 의대 입시를 위해 반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열린 제24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선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의 대거 이탈을 불러온다는 우려가 사회 곳곳에서 나온다"며 의대 쏠림 현상을 의대 증원 반대 근거로 들기도 했다.
■ "무전공 확대도 중도 탈락 부추기는데…"
대학들은 무전공 선발 확대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분배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무전공 선발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무전공 선발은 일반학과 입학보다 많은 중도 탈락생을 야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종로학원이 '2022학년도 중도탈락 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5개교에서 '자유전공학부' 또는 계열·단과대학 단위 '광역선발' 모집단위의 중도탈락률이 해당 대학 전체 평균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의 경우 융합과학공학부(ISE) 중도탈락률은 15.6%로 전체 평균(3%)의 5배에 달했고, 성균관대 공학계열은 12.4%, 자연과학계열 14.2%로 학교 평균(3.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학 입장에선 무전공 선발 확대를 마냥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여한 총장 1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무전공 선발을 25%까지 확대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한 총장은 47명(46.1%)이었다.
'다소 높다고 본다'고 응답한 총장도 23명(22.5%)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된 두 응답을 합하면 68.6%로 70%에 육박하는 셈이다.
무전공 선발 확대로 인한 중도 탈락자생 증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의대 증원까지 겹치면 대학가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방 한 사립대 총장은 "우리 나라는 이미 학부제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라며 "인기 있는 학과에 학생이 쏠리고 원하지 않는 학과로 배정받는 학생이 실패하지 않았나. 무전공 확대와 의대 증원이 되면 현재 학교를 떠나 더 높은 학교에 가려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 사립대 총장은 "첨단학과 증원으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늘었는데 의대 정원까지 확대되면 학생이 줄줄이 빠져나가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는 심화될 것"이라며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면 비수도권 대학에 미래는 없다"고 불통을 터뜨렸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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