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저출산문제 편익분석부터

2024. 2. 6. 17: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상 합계출산율은 작년에 0.72명, 금년에는 0.68명이라고 한다.

정부, 민간 모두 이런 인구 격감 문제 해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여기서 인구문제를 좀 더 거시적·근본적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구문제의 핵심은 인구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그 변화 속도, 더 정확히는 '인구 변화 속도에 대한 사회의 적응 능력'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상 합계출산율은 작년에 0.72명, 금년에는 0.68명이라고 한다. 인류사상 유례없는 인구 감소 현상이다. 정부, 민간 모두 이런 인구 격감 문제 해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여기서 인구문제를 좀 더 거시적·근본적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구문제의 핵심은 인구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그 변화 속도, 더 정확히는 '인구 변화 속도에 대한 사회의 적응 능력'이다. 인구가 줄든 늘든 사회가 적응할 수 있는 속도라면 문제가 없다. 실제로 20세기 초 2000만명이었던 한국 인구가 21세기 초에는 7000만명을 넘었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심한 사회이니까 인구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인구 격감 속도는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이런 감소가 끝없이 계속되어 한국이 거의 소멸할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지나친 것 같다. 현재와 같은 인구 격감이 계속되는 것은 아직 그 충격이 바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세대만 지나서 우리 사회가 인구 격감 효과를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이 추세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문제는 그때부터 추세가 역전되더라도 인구문제는 다시 한 세대가 지나야 해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약 30년간 문제가 악화되어 최악에 이르렀다가 해결되는 데도 30년이 걸리니까 인구문제는 60년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옛날에는 힘들다고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는데 지금은 그게 다반사인 것 같다. 지금 배고프다고 내년에 뿌릴 씨앗을 먹어버리는 격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청년들에게 이건 사회의 문제일 뿐 아니라 자기들 각 개인의 문제이며 인구문제의 고통은 연기할수록 더 커져서 결국에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가 될 뿐이라는 걸 정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다고 현 추세가 반드시 바뀌는 건 아니니까 이 추세가 계속되면 어떻게 되며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즉, 연도별로 현 추세대로 갔을 때 드는 적응비용과 현 추세를 바꾸는 데 드는 대안비용을 비교한 편익분석에 기초한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플랜A로 인구 감소로 추정되는 연도별 구체적 미래상을 예측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세금, 병역, 건강보험, 연금 등의 비용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플랜B로 이런 인구 감소 적응비용을 피하기 위한 대안과 그 비용을 연도별·항목별로 계산하여 제시해야 한다. 즉, 30년 뒤에 예측되는 문제에 적응하거나(플랜A), 이 문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플랜B)를 역순으로 계산하여 해마다 취해야 할 정책과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금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인구문제는 장기적 문제이므로 30년간 생기는 문제의 해결에는 30년간 해결책의 단계적 실행이 필요하다. 현재의 파편화된 정책에는 이런 예측에 기초한 큰 그림도, 단계적·구체적 비용과 대안의 제시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명예 대표변호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