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의사만 1만명, 필수의료 살아날까…유인책 없인 공염불

강승지 기자 2024. 2. 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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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유도" vs "교육 질 저하 우려"
미용·성형 더 쏠릴까…전문가들 "헛돈 쓰는 일 없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현재 3058명보다 2000명 늘어난 5058명으로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늘어나는 인력이 벼랑 끝의 필수 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2000명이라는 규모의 근거도 불분명하며 얼마나 필수의료로 유입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정책 패키지와 의학 교육이 실효성 있게 이뤄지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 입시에 의대 입학정원을 현재 3058명보다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결정하고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를 수급하겠다고 6일 밝혔다.

예를 들어 2025학년도 입시부터 2000명씩 5년간 증원한다고 추산할 경우, 최대 1만명이 확충될 수 있다. 늘어난 규모의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집중적으로 배정할 방침이다.

10년가량의 양성 기간이 필요한 가운데 정부는 의대증원을 통한 의사 수 확충이 필수의료에 유입될 수 있도록 최근 발표된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원을 확대해도 6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제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의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아울러 장학금을 지원하거나 교육 및 주거 등 정주 여건을 보장해 지역 필수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일할 수 있게 하는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고 진료의 양보다 질·성과를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도 확대한다.

정부가 정책 패키지에 이어 큰 폭의 증원규모를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은 "늘어날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 가리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미용이나 성형 등 인기 진료과에 젊은 의사들이 몰리고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선호 현상은 가속화되며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종합 정책의 일환일 때 의미가 있고 의대증원 효과는 10년 뒤"라며 "이때는 국가재정 적자와 지속 가능성이 더 문제가 되겠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분야의 종합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반면 문제의 대부분은 제대로 협의조차 어렵다"고 꼬집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도 "정원을 늘려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내용이 나올 줄 알았는데 숫자만 나왔다. 숫자는 환영하나 필수의료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선발도 잘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거나 학점만 잘 따보려는 의대생을 선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의학교육의 질 향상 방안을 주문했다.

의대생들에게 기초의학 또는 임상의학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특히 큰 폭의 증원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인 김대중 아주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언제든 줄일 수는 있어 정부가 크게 결정할 수 있었다 본다"며 "그렇다고 필수의료를 살리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정책패키지 과제들은 시행 시기가 불투명하지만 의대증원은 당장 이번 입시부터 적용되니 젊은 의사들에게 반발을 살 수 있다며 "교육적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40명 규모 미니의대가 당장 2배 이상의 정원을 받아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장들에게 고민될 문제"라며 "장기적으로는 10개가량의 의대가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호남권 의과대학의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수도권 의대보다 2배 많은 것으로 집계되는 등 당장 지역별 기초 의학교육의 격차도 큰 상황이다. 의대증원의 부작용으로 지적될 수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 받은 전국 34개 의대 교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호남권 의대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4.7명이었다.

이는 수도권 의대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12명)의 2배 이상이다. 기초의학은 기생충학·미생물학·병리학·생리학·생화학·약리학·예방의학·해부학 등 의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이와 관련해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 명예교수는 "2000명 증원은 무리한 정책으로 보인다. 졸업할 때 본인 영리를 취해 진료를 택할 의사들이 훨씬 많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 교수는 "대학입시의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까 염려되고, 기초의학 희망자도 없다. 기초의학 교수가 적은 문제 등 의대증원으로 겪을 수 있는 부작용도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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