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면책특권' 주장…'출마자격 심사' 연방대법이 인정할까

김성식 기자 2024. 2. 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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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블룸버그 5일 美법학자 인용…"내란선동 혐의판단 회피하는 전략"
명문화 안된 법리·판례는 민사에 한정…인정되면 '무소불위 대통령' 탄생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민사 재판에서 돌아오면서 지지자들에 손을 흔드는 모습. 2024.01.2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콜로라도주 공화당 대선경선 출마자격과 관련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오는 8일(현지시간) 1차 구두변론을 개시한다. 트럼프 변호인단이 이번 재판에서도 광범위한 대통령 면책특권을 주장할 거란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연방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이를 인정할지 주목된다.

5일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은 저명한 미국 선거법 학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변호인단이 연방대법원 1차 구두변론에서 민형사상 대통령 면책 특권을 주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가 받는 2021년 국회의사당 점거 선동 혐의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피하면서도 법리 싸움만으로 하급심 파기(경선출마 가능) 결정을 받아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앞선 재판에서도 트럼프 변호인단은 이와 유사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8월 미 연방특검은 의회 점거 선동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으로 트럼프를 기소했는데, 트럼프 측이 주장한 면책특권을 연방항소법원이 받아들여 이를 심리하면서 워싱턴DC 연방지법 재판은 지난 2일부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UCLA 법학대학원의 릭 하센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에 대통령 면책특권은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반란 혐의를 판단하지 않고도 트럼프가 사실상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UC버클리 법학대학원의 존 유 교수는 로이터에 "전례 없는 주장이긴 하지만 법리상 시시하게 치부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재직 당시 연루된 민형사 사건에 광범위한 면책 특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변호인단이 최근 내세운 주장이다. 내란·외환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에게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한국 헌법과 달리 미국 헌법과 법률엔 대통령 면책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명문화돼 있지 않다.

다만 연방대법원은 1982년과 1997년 각각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피소된 사건에서 국가 최고 정책 책임자로서 행한 공적인 행위와 관련해 민사적 책임을 면제한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개인 자격으로 행한 비공식적인 행위에 대해선 민사 책임을 열어뒀다. 형사상 불소추 여부는 연방대법원 판례가 전무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오는 3월 치러지는 콜로라도주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투표용지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주 유권자 요청을 받아들였다. 수정헌법 14조3항에는 '반란을 일으키거나 이에 가담한 공직자는 더 이상 선출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근거로 의회 점거 선동 혐의를 받는 트럼프의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2021년 1월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당시 군중이 국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벽을 타는 모습.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로 알려졌다. 21.0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트럼프 변호인단은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즉각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대법원 재판의 쟁점으로는 기존 하급심에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국회의사당 점거 선동 혐의가 인정되는지 △수정헌법 14조3항이 대통령직에도 적용 가능한지 여부가 거론된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장에서 내란 선동 혐의를 부인하면서 수정헌법 14조3항의 공직자에는 대통령직이 명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전직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없다고 변론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콜로라도주 1심법원은 트럼프의 내란 선동 혐의를 미 법원 중 처음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변호인단의 논리를 받아들여 원고의 소를 기각한 바 있다.

여기에 대통령의 민형사상 면책특권까지 가세할 경우 연방대법원에서 '방탄 논리'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변호인단의 복안이다. 또한 범행 시기가 대통령 재직 중으로 잡힌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워싱턴DC 연방법원) △2020년 대선 개입(조지아주 법원)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마이애미 연방법원) 등 다른 3건의 형사재판도 혐의를 다투지 않고 간편하게 무마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탠퍼드대 법학대학원의 마이클 맥코넬 교수는 블룸버그에 대통령 면책특권은 '법 기술'만 앞세운 논거인 만큼 연방대법원이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맥코넬 교수는 "연방대법원도 대중을 설득할 만한 논거로 판결하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법학대학원의 마이클 게르하르트 교수는 로이터에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직격했고 유 교수도 같은 이유로 면책 특권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일각에선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경선출마 자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의회로 넘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측 변호인단도 '대선후보는 법원이나 선거당국이 아닌 국민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취지의 서면 진술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연방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형사상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무소불위의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률단체 헌법책임센터의 브리앤 고로드 수석 변호사는 로이터에 "현직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이유로 헌법과 연방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면책특권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올해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간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경고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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