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살에 '무죄'…"4·3 억울한 옥살이 후 일평생 타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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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부산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대법정.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달 25일 오씨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광주고등검찰청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은 이날 재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장이나 판결문, 공판조서와 증거들이 편철된 소송기록 등이 발견된 바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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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부산 출장재판…"먼 곳까지 와 줘 감사"
(부산=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엔 나쁜 기억만 있었는데…"
6일 오후 부산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대법정.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이 곳에 들어선 백발의 신사 오모씨(97)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재심 내내 지그시 눈을 감고 기다리다 "피고인은 무죄"라는 재판장의 말 한마디 끝에 참았던 숨을 몰아 쉬었다.
1949년 7월2일 제주에서 열린 불법 군사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지 무려 75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신고가 늦어 아직 정부로부터 제주4·3 희생자 결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오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부산에서 출장재판을 여는 등 신속한 재심 절차 진행에 힘써 준 재판부와 검찰에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법정에서 오씨 측이 밝힌 제주4·3의 참상은 실로 처참했다.
제주4·3이 발발한 1949년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의 한 국민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22살의 오씨는 당시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되자 군인들이 중산간에 사는 사람들을 총살했다고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보이는 대로 총을 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때쯤 오씨 역시 "안 가면 죽인다"고 겁박하는 사람들에 의해 산으로 끌려갔는데, 이 산에서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군인들에게 끌려갔다. 경찰에 넘겨진 뒤에는 두들겨 맞고, 기절하면 물을 맞는 등 모진 고문까지 당했다.
군인들이 하는 재판에 넘겨졌을 때는 더없이 억울했다. 오씨는 자신이 어떤 죄를 지었다는 것인지 설명도 듣지 못했고, 죄가 없음을 소명할 수 있는 변론도 하지 못했고, 그저 징역 15년이라는 선고만 받고 대구형무소로 끌려가야만 했다고 했다.
이후 오씨는 부산, 마산 등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감형을 받고 29살 때인 1956년2월27일에야 부산형무소에서 출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출소 이후의 삶도 고됐다.
오씨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저질렀다는 낙인이 찍혀 취직할 수도 없었고, 혹여 세 자녀에게 불똥이 튈까봐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고 했다.
일찍이 2000년 1월12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는데도 그동안 희생자 신고 조차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는지 오씨는 출소 이후 단 한 번도 고향 제주에 가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제주에는 나쁜 기억만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달 25일 오씨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광주고등검찰청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은 이날 재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장이나 판결문, 공판조서와 증거들이 편철된 소송기록 등이 발견된 바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의 의견도 같았다. 이에 재판부도 "아픔을 겪은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희생자 결정을 받지 않은 수형인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오씨는 "이 먼 곳까지 와 재판을 열어 주시고, 좋은 판결을 내려 주셔서 감사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사회에 이바지하며 살아 가겠다"고 전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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