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칼럼] 인구 중대본을 가동하라

김명수 기자(mskim@mk.co.kr) 2024. 2.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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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의 충격은 현실이다.

방치하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위기다.

인구 정책을 뜯어보면 볼수록 이건 모든 정부 부처가 달라붙어야 하는데, 사무국을 맡은 보건복지부는 부처 간 조율 능력이 부족한 곳이다.

기업도 인구 중대본에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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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활동에도 저고委 무용론
민관합동 인구 중대본 설치해
대한민국 구조조정 나서라
그래야 청년도, 인구도 변한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의 충격은 현실이다. 방치하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위기다. 그나마 한국 정부가 20년 전 '위기'를 인지한 것은 다행이다.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발족시키고 이듬해부터 저출산 대책 5개년 계획도 수립한다. 그 이후 집행한 예산만 300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정책 효과를 보여주는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줄다가 이제 0.6명을 향해 간다.

그렇다면 저고위가 20년 동안 헛수고한 게 아닌가. 일자리-결혼-주거-출산-육아-의료-보육-사교육으로 이어지는 생애 전반을 대상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우후죽순 격 정책을 남발하고 사회복지성 현금 지원만 늘리면서 청년들의 '결혼은 물론 출산할 결심'에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20년 동안 노력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저출산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축소균형'으로 대체하기에도 너무 한가하다. 지난 20년간 헛바퀴를 돈 인구 정책의 핵심은 결국 컨트롤타워(지휘부) 문제다. 정책 진단과 수립은 물론 집행 능력이 뛰어난 곳이 총책임을 맡아야 한다.

사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구성만 보면 화려하다.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실무기관장인 부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위원으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7개 부처 장관이 참여한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언뜻 새만금 잼버리대회 조직위원회가 떠오른다. 저고위 사무국도 비슷하다. 인구 정책을 뜯어보면 볼수록 이건 모든 정부 부처가 달라붙어야 하는데, 사무국을 맡은 보건복지부는 부처 간 조율 능력이 부족한 곳이다.

우리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논란이 있지만 'K방역'을 통해 전국적인 봉쇄를 피하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모범 방역 사례로 주목받았다. 인구 감소의 경우도 닥친 위기나 재난으로 간주해 인구 중대본을 가동해보는 걸 권한다. 저고위를 총리실 산하로 옮기고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국무회의처럼 주 1회 중대본을 가동하길 바란다. 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합치는 것도 바람직하다. 출산율과 외국 인력 활용 목표치를 정하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개혁 방안과 지표를 점검해 총리의 대국민 발표 형식도 갖춰보라. 이에 앞서 저출산 현금 지출에 대한 명확한 효과 분석을 한 뒤 예산을 재조정하는 작업은 필수다. 나아가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 지역 균형발전, 집값 안정, 작은 결혼식 같은 대한민국의 구조적 난제도 개혁 방안에 담아야 한다. 정책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사무국에는 정책 조율 능력이나 집행력이 뛰어난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기업도 인구 중대본에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인구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정부 혼자 뛰었기 때문이다. 고용 여건과 육아 환경을 최종 결정하고 집행하는 곳은 기업이니, 경제단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중대본을 운영하면 좋겠다. 출산 지원에 애로를 겪는 부영 같은 기업의 제안도 담아내야 한다.

관점의 대전환은 필수다. 청년들을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생산수단이 아니라, 미래를 이끄는 주인공으로서 우대해야 한다. 특히 '선진국 시대'에 태어난 청년들이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그들이 감동받을 수 있다. 그런 뒤에야 청년들이 "아, 이제 국가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의지를 갖고 있고, 진정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둥지를 틀 것이고 미래 세대도 키울 것이다. 그간 우리는 무(無)에서 많은 것을 일궈냈다. 지금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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