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원히 탈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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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의 상장 기업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외국 기업에 비해 낮은 현상이다.
지표의 분모에 기업의 수익을 놓든, 자산을 놓든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의 요점은 외국에 비슷한 규모로 수익을 내거나 자산을 가진 기업보다 우리 기업의 주가가 낮다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문제시하는 데는 기업의 시장 가치가 높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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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의 상장 기업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외국 기업에 비해 낮은 현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가 나온 것은 외환위기 직후부터였다. 당시에는 주가수익비율(PER), 즉 기업이 버는 수익에 비해 주가 비율이 낮다는 비판이 주였다. 이번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즉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치 대비 주가 비율이 낮다는 비판이 두드러진다.
지표의 분모에 기업의 수익을 놓든, 자산을 놓든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의 요점은 외국에 비슷한 규모로 수익을 내거나 자산을 가진 기업보다 우리 기업의 주가가 낮다는 것이다. 2020년 두샨 이사코프와 로맹 뒤크레가 발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재벌'(영문 제목 번역) 논문에서 28개국 16만여 개 기업의 2002~2016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실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문제시하는 데는 기업의 시장 가치가 높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시장 가치가 높게 유지되는 일에 이점은 없다. 기업의 시장 가치가 장부상 자산 가치의 10배가 된다 한들 그 수치가 변함없이 지속된다면 주주에게든 경영진에게든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를 바라는 입장은 결국 주가가 오르면 좋겠다는 바람과 다르지 않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제거하면 주가가 오르리라 기대되니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간 학계의 논의는 그 원인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데 경도돼 있었다. 한국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이 세습 총수 중심의 경영 행태를 고수하고 있어, 주주 중심주의 외국 투자자가 투자를 꺼리고 소액 주주가 손해를 볼 걱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최근 불거진 총수 없는 기업 포스코를 둘러싼 논란이나 역시 뚜렷한 주주가 없는 금융지주회사의 지속적으로 낮은 PER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벌 체제 비판의 근거로 이용돼온 면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앞서 언급한 이사코프와 뒤크레의 논문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벌 때문에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보였다. 게다가 기업 지배구조가 그간 후퇴하지는 않았는데 PER이나 PBR이 하락세였던 걸 보면 그 관계가 모호하다.
저출생 문제처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도 복잡다단하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같을지도 모른다. 내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기대되지 않아 출산을 기피하듯이 우리나라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다. 기업 주가는 현재까지의 실적이 아니라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을 때 오르는데, 그런 비전이 뚜렷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웬만한 제조업 생산시설은 지역 주민에게도 근로자에게도 외면받고, 서비스업은 규제가 많고 경쟁도 치열해 돈 벌기가 더 힘들다. 경직적인 고용 규제는 더 말하기도 지친 지경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하나를 해결하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주주를 만족시키고 새 돈을 끌어들이려면 기업은 성장해야 한다. 세상이 혼란할수록 집중해야 하는 것은 본질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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