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장겸·안광한 사면에 "언론장악 돌격대 나서라는 추잡한 거래"
MBC 언론탄압 논란의 시기 부당노동행위 인정된 이들 '국민통합' 명분으로 사면
"'국민은 늘 옳다'면서 매번 국민의 뜻에 반하나" "뒷골목 양아치와 무엇이 다른가"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MBC 노조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전직 MBC 경영진이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언론장악 돌격대로 나서라는 추잡한 거래”라는 반발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설 명절을 앞둔 6일 국무회의에서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형선고실효 및 복권), 백종문·권재홍 전 MBC 부사장(복권) 등 전직 언론인 4명을 비롯한 980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면 관련해 “활력 있는 민생 경제에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들 사면을 “정치·사회 통합을 위한 사면”이라 칭했다. 심우정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정부과천청사 브리핑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따른 직무수행으로 처벌된 전직 주요공직자와 여야 정치인, 장기간 언론인으로 재직한 언론사 경영진 등을 사면함으로써 갈등 극복과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 대상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정치댓글' 작성을 지시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포함됐다.
이번 사면은 현 정부 들어 극단화하고 있는 여권의 언론 탄압 논란을 가중시킬 거란 우려가 나온다.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은 지난 2012년 파업에 참여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 등을 새로 만든 비보도·비제작 부서로 부당전보한 혐의 등이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당시 김 전 사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안 전 사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혐의가 확정된 지 4개월만에 특사를 받게 됐다. 백종문·권재홍 전 부사장은 앞선 항소심을 통해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현 여권 또는 여권에 친화적이라 평가받는 언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장겸 전 사장은 국민의힘 포털TF 공동위원장 등을 거쳐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4월 총선(제22대 국회의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권재홍 전 부사장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현 정부 들어 출범한 공정언론국민연대에서 상임고문(김장겸), 이사장(권재홍) 등을 맡은 이력이 있다. 공언련은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가짜뉴스 팩트체크 사업' 지원을 받았고, 이번 총선 선거방송심의위 추천권을 얻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 3법은 거부한 윤석열 정권이 언론 적폐들을 사면·복권한 이유는 뻔하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라는 신호이자 명령이다. 권력과 법 기술로 든든하게 뒤를 봐줄 터이니, 이들처럼 정권의 방송장악에 부역하라는 것”이라 주장하며 “언론 적폐 청산에 앞장섰던 당시 윤석열 검찰이 기소하고 공소 유지를 했을 터인데, 힘들게 법의 최종 심판까지 내려진 범죄자들의 죄를 방송장악이란 오로지 정권의 사익을 위해 사해 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무리 권력에 빌붙어 발버둥 쳐도, 이들의 악행에 대한 법의 심판, 역사적 판단은 모두 끝났다. 아무리 권력이 범죄자에게 '죄가 없다'고 면죄부를 선물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국민은 없다”며 “'국민은 늘 옳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매번 국민의 뜻에 반하는가. 윤석열 정권에게 진심으로 고한다. 지금이라도 편향되고 왜곡된 언론관을 버리고 방송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윤 대통령이 김장겸·안광한에게 내린 사면은 대법원이 지적한 이들 범죄의 심각성을 내팽개쳤을 뿐 아니라, 지금도 KBS, 방통위, 방심위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언론장악 행태들이 나중에 유죄를 받더라도 사면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 준 셈”이라며 “대통령 사면권마저 언론장악의 수단으로 쓰는 정권이 뒷골목 양아치들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오늘의 사면은 언론장악 홍위병으로 나선 이들에게 범죄 이력을 지워준 보상일 뿐 아니라, 안광한·백종문 등에게 결격 사유를 제거해 줬으니 언론장악 돌격대로 나서라는 추잡한 거래인 셈”이라면서 “자유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던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기소해 유죄확정 판결 받았던 죄수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언론장악 사냥개로 등장시키며 자기 자신을 완전히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어떤 명분으로도 윤석열 정권은 자유와 공정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김장겸 전 사장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주변에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라며 “앞으로 상식을 가진 언론 후배들과 함께,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을 특정 진영과 언론노조의 손아귀로부터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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