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우리기업의 해외투자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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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2년 813억달러에 달했던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가 작년 9월까지 472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다고 하면 흔히 산업 공동화와 일자리 유출을 걱정한다.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도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산해서 들여오는 것이 그냥 외국 기업의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보다 훨씬 낫다.
2024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주눅 들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시야를 넓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말고 투자를 늘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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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충격때보다 심각 수준
해외진출은 일자리 감소 편견
반드시 들어맞는 공식은 아냐
공급망·경상수지 안정효과 커
올해 韓 기업 투자시야 넓히길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2년 813억달러에 달했던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가 작년 9월까지 472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9%나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13.7%)이나 팬데믹의 충격이 왔던 2020년(-11.2%)보다도 심각한 위축이자 지난 20년간 유례를 찾기 힘든 위축이다. 이를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FDI 총액은 1조3600억달러로 2022년 대비 3% 증가했다.
가까운 일본은 작년 상반기 해외 투자가 108%나 급증했고 중국도 2023년 1478억달러로 0.9% 늘었다.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다고 하면 흔히 산업 공동화와 일자리 유출을 걱정한다.
그렇지만 해외 투자 확대가 반드시 국내 투자와 일자리 감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을 잃은 업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제품 생산을 지속하면 거기에 국내에서 생산한 자본재와 중간재를 계속해서 판매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산업 고도화로도 이어진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최적의 시장과 생산요소를 활용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도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산해서 들여오는 것이 그냥 외국 기업의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보다 훨씬 낫다. 억지로 국내로 리쇼어링하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된다. 또 2022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초유의 장기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을 때는 우리 투자기업들의 이윤 송금 덕분에 경상수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또 다른 특징을 보였다. 미국에 대한 투자 쏠림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9월까지 해외 투자의 46%인 217억달러가 미국 한 나라에 몰렸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52%가, 2023년 3분기만 놓고 보면 66.8%가 미국으로 집중되었다. 물론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세상일에는 항상 기회비용이 따른다. 전체 투자 규모는 크게 줄어들면서 미국에 대한 쏠림이 높아졌다는 것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가 심각하게 줄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 3분기에 아시아, 중남미,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는 각각 43.8%, 37.9%, 20.9% 감소했다. 2022년 85억달러에 달했던 중국에 대한 투자는 이른바 탈중국 분위기를 타고 2023년 9월까지 15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우리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를 선도했던 베트남에 대한 투자도 위축되었다. 베트남 투자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기업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는 9.8% 감소했다. 반면 일본의 투자는 37%, 중국의 투자는 77.6%나 증가해 양국 모두 한국의 투자 규모를 크게 추월했다. 대표적인 미래 시장, 생산기지, 핵심 자원 공급처로 주목되고 있는 인도나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은 투자 상위국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업의 해외 투자는 원활한 산업 고도화, 해외의 비교우위 활용, 국제수지 안정, 공급망 안정화의 중요한 수단이다. 수출이 글로벌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라면, 해외 투자는 글로벌 생산요소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그런데 지금 이 해외 투자가 불안하다. 그렇다고 국내 투자가 활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2023년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이러한 불안은 한 해로 그쳐야 한다. 2024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주눅 들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시야를 넓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말고 투자를 늘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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