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법족쇄에 휘둘린 삼성 … 검찰은 항소 포기가 옳다 [사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다는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하면 2심에서 또다시 길고 지루한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한다.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린 1심 재판이 반복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회장은 '사법 족쇄'를 차고 몇 년을 더 경영을 해야 하는 꼴이다. 아무런 족쇄 없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애플이나 TSMC 같은 경쟁 기업과 비교하면 너무나 불리한 처지다. 그 부작용은 1심 재판 기간에 이미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초격차'로 경쟁자를 따돌리던 상황은 쉽지 않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파운드리에서는 애플·TSMC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검찰의 항소 탓에 세계 시장을 더 빼앗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삼성전자의 수출액은 189조원(2022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수출의 21.4%를 차지했다. 그해 매출액 302조원은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이르렀다. 만약 사법 족쇄가 없었다면 삼성전자는 더 많은 혁신으로 더 많이 수출하고, GDP 증가에도 더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사법 족쇄로 그 기회를 놓친 건 통탄할 일이다. 만약 이 회장이 불법을 저질러 그렇게 된 것이라면 그 자신이 책임질 일이지만, 1심 판결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회계분식을 비롯한 19개 혐의 모두에 무죄가 선고됐다. 억울한 사법 족쇄에 삼성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가 피해를 봤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020년 6월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했을 때 검찰은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피해가 최소화됐을 것이다. 검찰은 이제 또 한 번 갈림길에 섰다. 1심 판결을 수용하고 항소를 포기해 국가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다.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마저 "(1심 판결이)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무리한 기소였다면 항소를 접고 더 이상 혼란을 피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