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남도의 멋, 장흥 수문·영암 구림·고흥 팔영산[함영훈의 멋·맛·쉼]

2024. 2. 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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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창평도 전남도 추천여행지 4선 선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바다,문학,산악,건강 매력을 두루갖춘 장흥에는 부산·용산·안양·대덕이 있다. 장흥군 안양면에 가면 남상천 하구에 물이 들거나 빠지면 사촌리 희망나루와 장재도가 수문을 여닫는 것 처럼 보이는 여닫이 해변이 있고, 이 해변이 잘 보이는 언덕에 수문랜드 블루투어 오토캠핑장이 착상해 있다.

여닫이, 수문 해변의 일몰 [팸투어기획 지앤씨이십일 제공]

문학계의 노벨상 ‘맨부커’ 작가 한강의 아버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문학산책로와 수문해수욕장이 이웃한다.

▶시인이 되는 수문캠핑장= 장흥 수문랜드 블루투어 오토캠핑장 관리책임자는 시인 이대흠이다. ‘당신의 이름을 지우려고 문지른 자리에 강(탐진강)이 생겼습니다. 손끝 하나 스쳤을 뿐인데 숲이 운다고 합니다.’ 장흥의 자연에 애틋한 감성을 입히는 시로 유명한 이대흠 시인은 이처럼 지역 사랑 일꾼이기도 하다. 바로 전에는 천관문학관 관장으로 일했다.

작년 2월 문을 연 수문랜드 블루투어 오토캠핑장에 서면 아름다운 수문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고, 뒤편 솔숲의 산새와 나무가 말을 건다. 2만2226㎡에 카라반 7동, 글램핑 4동, 캠핑데크 15개소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두 널찍널찍해 여유롭다. 놀이터와 1.5㎞ 산책로도 있다.

수문랜드 오토캠핑장 [팸투어기획 지앤씨이십일 제공]

수문천 하구갯벌 사구에는 갯잔디, 칠면초, 갈대 등의 염생식물 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으며, 흰발농게, 풀게, 칠게, 말뚝망둥어, 대수리, 비뜰이고동 등과 괭이갈매기, 왜가리, 도요새, 물떼새, 청둥오리 등이 다양하게 서식해 해양생물학습장으로 활용된다.

전남도는 장흥 수문 오토캠핑장, 영암 구림전통마을,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고흥 능가사 템플스테이를 2월의 추천관광지로 선정했다

▶대동사상,일본계몽의 진원지 구림= 상대포를 낀 영암 구림마을은 일본의 문명화-계몽을 도와준 왕인박사의 도일 출발지였고, 국제무역의 중심지였으며, 더불어 함께 살아하는 대동(大同)의 개념이 청나라 강유위(康有爲) 사상 보다 300년 가량 빨리 등장한 곳이다.

구림마을 대동계사

구림마을 상대포는 왕인박사가 4세기 후반~5세기 초 일왕의 초청으로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일본으로 출발한 곳이다. 왕인 선생을 통해 문명의 눈을 뜬 일본은 그를 다이니혼정 신사 등에서 신(一本松明神)으로 모신다.

구림마을은 서남해로 흐르는 영산강 물줄기 따라 바닷길이 열렸던 곳으로 일찍부터 우수한 청동기·철기문화가 유입되었고 고대 중국과 일본의 교역로로서 국제적인 선진문화가 꽃피웠던 마을이다.

특히 신라가 이 지역을 지배하던 남북국시대엔 한국 도기문화의 중심지였고 조선시대에는 마을의 자치규약인 대동계를 창설하여 전통적인 유교사상이 정착된 마을이다.

창녕조(曺)씨, 함양박씨, 연주현씨, 해주최씨, 낭주(영암)최씨가 터 잡은 구림마을은 월출산과 서호 사이에 있다. 대동계 회의, 마을 강학당, 토론장, 훈계실 등 다목적 기능을 하는 사회당 개울 건너편에 조씨 태호종가의 종택과 배향사당, 5개 가문이 마을 공동체의 번영을 도모한 것을 기념하는 ‘대동계사(舍)’가 있다.

영암 구림마을 [팸투어기획 지앤씨이십일 제공]

구림대동계는 1565년 조선 명종 때 창설되어 약 4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임진왜란때 잠시 활동이 끊겼는데, 뜻있는 선비와 주민들이 의병으로 나아갔다.

상대포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대동계사 쪽 마을길로 접어들면 400년 넘게 보존된 창녕 조씨 종택과 죽정서원은 물론이고 울창한 솔숲 사이에 있는 회사정이 수려한 자태를 마주한다. 회사정은 대동계 장소 등으로 활용되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독립운동 장소로도 이용되었다. 벽이나 방, 난간이 없이 기둥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점이 이채롭다.

▶지금은 읍이지만 한때 광주-나주급 4대도시 창평= 담양 삼지내마을은 ‘3개의 개천 안에 있다’는 이름처럼 삼천(三川)에 둘러싸인 풍광을 배경으로 전통가옥 20여 채가 모여 있다. 돌과 흙으로 만든 토석담길 3.6㎞를 따라 걸으면 조선시대에 온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읍내에서 죽녹원, 관방제림, 국수거리를 둘러보고, 남쪽으로 향해 창평 들판을 지날 무렵부터 전국에서 보기 드문 베롱나무(백일홍) 가로수길이 조성돼 있다. 창평현로에서 가사문학로로 갈아타기전 동쪽에 있는 창평면 삼지내 마을은 아시아 첫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창평의 고택 [남도일보 제공]

1913년까지 군수의 관아(읍치)가 있던 창평군이었는데, ‘광라장창(光羅長昌:광주·나주·장성·창평)’이라 불리는 남도 4대 도시였다.

제주도가 밭의 경계선 현무암 밭담이 쌓았다면, 창평 삼지내마을은 야트막하게 일반 돌로 담을 쌓아 마을 골목을 이었다. 담 위로 고개를 내밀어 이웃과 대화할 수 있다.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도시로 지정된 삼지내 마을은 초입부터 담쟁이넝쿨이 뒤덮은 토석담 골목길이 반기고 고택들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한다. 넝쿨 돌담 외에도 흙 줄무니가 있는 돌담, 각기 다른 모양의 돌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버틴 비정형 돌담 등이 3.6㎞나 이어져 있다.

삼지내마을 옆 무월마을은 물염정을 화순적벽 앞에 지은 담양 홍주송씨 집성촌으로 조선 남도 양반가의 전통문화와 여민동락 생활문화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신령스러운 치유 팔영산과 능가사=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박지성은 고흥군 점암면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자라 축구선수가 됐다.

점암 일대엔 팔영산이 있는데 ‘8개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현장 탐사를 마친 대동여지도의 김정호는 단순한 묘사에 그친 이 산 이름을 지우고, 신령스럽다는 뜻을 넣어 ‘八靈’이라 쓴다.

능가사에서 본 팔영산

능가사 대웅전 동편 처마에 서서 팔영산을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산꼭대기 여덟개 방패의 위용이 당차다. 봉우리는 여덟개, 얼굴은 천 개. 등산 지점에 따라,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다. 정상에 서면, 발 아래 다도해의 장관이 천촌만락 처럼 펼쳐진다.

팔영산 아래엔 대웅전과 동종(범종)이 국가 보물인 능가사가 있다. 조선 숙종때 만들어진 범종은 한면 울리면 고을 전체에 퍼졌다는데, 일본 헌병이 관아로 가져가 쳐봤더니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자연 치유를 위한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둔 팔영산 편백숲은 488㏊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이고, 사람이 다니도록 단장한 숲길만 해도 20~30리길이다. 꽃밭길, 나무로된 팬션, 대나무 숲벽, 빼곡이 들어찬 편백, 명상쉼터, 풍욕장, 명상데크 서낭당 등이 차례로 건강여행객을 맞는다. 치유의 숲 ‘테라피센터’, 야외공연장과 숲속놀이터도 있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차담 예불 타종 등 사찰 일상을 체험한다. 멀지 않은 곳에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청룡의해 1월 가볼만한 곳, ‘용의 전설이 깃든 용기(龍氣) 얻는 여행지’ 5선에 뽑힌 용암마을 미르마루길, 고흥 우주발사전망대가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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