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밟으며 힐링 … 지자체 앞다퉈 '맨발길'
전국 곳곳에 걷기 명소 조성
인천 해수족욕·순천만 갯벌
관광자원 연계 코스도 등장
포항 상도동 아파트 맨발로 등
주민 요구에 주거단지로 확산
경북 포항시 상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지난해 '맨발로(路)'가 조성됐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맨발로가 들어선 것은 이곳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곳에 맨발로가 조성된 것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포항시가 폐선된 철길을 활용해 예산 9억원을 들여 1㏊ 규모의 도시숲과 산책로를 조성하자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옆에 맨발로 조성을 요청했고, 포항시가 1㎞ 구간을 활용해 맨발로를 만든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집 근처에 맨발로가 있으니 시민들이 쉽게 자주 이용해 반응이 매우 좋다"며 "앞으로 주거 단지 주변으로 맨발로를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맨발 걷기 열풍'이 전국에 확산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맨발 걷기 명소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맨발 걷기를 통해 지면과 접한다는 '접지(Earthing·어싱) 효과'가 혈액순환과 면역력 강화, 각종 성인병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맨발 걷기 마니아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맨발 걷기 마니아'로 유명하다. 이 지사는 도청 주변에 조성된 산책길에서 맨발 걷기를 통해 건강을 챙기고 있다. 그는 맨발 걷기를 꾸준히 한 후 각종 성인병을 이겨내고 건강까지 부쩍 좋아졌다며 지금은 맨발 걷기 예찬론자가 됐다. 이에 경북도는 올해부터 도내 전역을 대상으로 '맨발로도(路道)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도내 전역에서 쉽게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도록 생활체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경북도는 김천, 안동, 영주 등 3곳을 대상으로 개소당 4억원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한 후 22개 시군 전역에 걸쳐 시군마다 특색 있는 맨발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인천시설공단은 전국 최초로 맨발 걷기와 해수족욕이 가능한 맨발길을 조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5월 영종도에 개장한 씨사이드파크 명품 맨발로는 왕복 800m의 마사토 맨발길, 황토 체험장, 모래 체험장, 발 마사지 존 등을 갖췄다. 근처 해수족욕장과 연계돼 해수족욕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김종필 인천시설공단 이사장은 "이곳은 맨발 걷기와 해수족욕을 합친 전국 유일 관광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올해 '어싱 광장'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서귀포시에 전국 최초로 황토 어싱 광장을 조성해 힐링 명소로 탄생시킨 만큼 올해는 제주시 서부공원에 어싱 산책로를 조성한다. 전남 순천시도 지난해 12.5㎞ 길이의 순천 어싱길을 조성해 지역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갈대 군락지인 순천만에 조성된 만큼 순천만 갯벌을 조망할 수 있다.
울산 동구청은 일산해수욕장에 황토 대신 백사장을 활용한 맨발로를 조성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황토 맨발로는 매년 1억원 안팎의 관리비가 투입되지만 백사장은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동구청은 '젖은 모래가 좋다'는 속설도 적극 알리고 있다. 부산도 맨발 걷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에서 낚시를 금지했다.
맨발 걷기 열풍은 대전 계족산 황톳길이 시초로 꼽힌다. 이곳은 지역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이 2006년에 조성했다. 조 회장은 맨발로 산길을 5시간이나 걸어 발이 엉망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발바닥 자극으로 온몸에 열이 퍼지는 느낌이 들었고, 잠도 푹 자면서 그 느낌이 좋아 시민들과 공유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계족산에 황토를 깔았다. 그의 노력 덕분에 계족산에는 14.5㎞에 이르는 맨발로가 탄생했고 지금은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대전의 대표 명소가 됐다. 계족산 황톳길에선 2007년부터 매년 4~10월 주말 오후 2시 30분이면 무료로 클래식 가수들이 펼치는 숲속 음악회도 열린다. 그는 "계족산 황톳길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대중을 즐겁게 해주는 일로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성덕 기자 / 조한필 기자 / 지홍구 기자 / 서대현 기자 /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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