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요술 같은 동시집 ‘요괴 전시회’ 눈길[화제의 책]
좀비, 구미호, 늑대인간, 드라큘라 등 온갖 요괴들이 등장하는 이색 동시집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시집 제목도 ‘요괴 전시회’(강벼리 지음 / 정마리 그림 / 상상)다.
단언컨대 이렇게 많은 요괴가 등장하는 동시집은 세상에 없다. 그런 만큼 아이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요괴 전시회’에는 제목 그대로 온갖 요괴가 와글와글 숨어 산다. 하지만 요괴들이 존혀 무섭지가 않다. 왠지 소탈하고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다. 구미호는 구슬치기를 좋아하고, 드라큘라는 수업시간에 엎드려 잠만 잔다. 사람을 해치고 위협할 것 같은 요괴들이 순진무구한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괴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환상적인 공간이 바로 이 동시집의 고유한 매력이다. 시인이 마련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친구를 지렁이로 변신시킬 수도 있고, 피노키오와 성냥팔이 소녀를 만나며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낯설고 기이한 요괴들과 함께하는 일상적 장면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시인이 두루마리 휴지를 ‘바퀴 달린 손님’으로 변신시킨 것처럼 아이들도 저마다 일상의 사물들을 요괴로 변신시키며 자신만의 ‘요괴 전시회’를 만들 수 있다. ‘요괴 전시회’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요술 같은 동시집이다.
한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시인 강벼리는 2020년 계간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시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쓴 책으로는 ‘먹다 먹힌 호랑이’ ‘먹지 마! 곤충젤리’ ‘동백꽃 섬 오동도’ ‘나의 슈퍼걸’(공저) 등이 있다. 최근에는 우주에 떠도는 시를 찾고 있다.
그림작가 정마리는 미국 플로리다 링링 칼리지 컴퓨터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했다. 이상한 꿈속 이야기를 그리고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CG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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