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젭바운드 고혈압에 효과" 노보 " M&A로 위고비 생산확대"

비만약 전쟁 2라운드

비만 약 시장 석권을 두고 제약사들 간 2라운드 경쟁에 불이 붙었다. 혈압을 낮추는 등 비만 약의 부가적 효과를 증명한 임상 결과를 속속 내놓으며 적응증을 확대하는 한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해 비만 약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비만 약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비만 환자들의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결과를 의학 학술지 '고혈압'에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티르제파타이드 10㎎을 9개월간 투약했을 때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 평균 10.6㎜Hg 감소했다. 15㎎ 투약군은 평균 8.0㎜Hg, 5㎎ 투약군은 7.4㎜Hg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분석은 비만 환자 약 6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중 3분의 1은 고혈압 판정을 받아 치료제를 하나 이상 복용하고 있었다.

일라이릴리 측은 "이번 결과는 비만 약이 체중 감소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고혈압 등 합병증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란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 약은 최근 비만 치료 외에도 활용도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통해 술이나 담배,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유망성에 비만 약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폭발적 수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다. 한 달 복용 가격이 1069달러(약 141만원)에 이르는 젭바운드는 지난해 12월 한 주 판매량이 2만5000개에 달했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약 '위고비'는 2022년 2조원어치가량 판매됐다. 비만 약 시장 규모가 2030년께 1000억달러(약 132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노보노디스크는 수요를 충족해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5일 노보노디스크의 최대주주인 노보홀딩스는 미국 CDMO업체 '캐털란트'를 약 165억달러(약 22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금년 내 거래를 완료해 2026년부터 위고비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새 비만 약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새 비만 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스위스 업체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최대 2억3500만유로(약 3351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새 후보물질은 기존과 다른 기전으로 식욕을 억제한다.

[고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