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C&E 공개매수 나선 한앤컴퍼니, 지분 95% 확보 못하더라도 자진 상폐 가능하다
한앤코, 이미 80% 가까이 보유 중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자회사 쌍용C&E의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지분 20.1%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현재 시장 가격이 공개매수 단가에 못 미치는 데다 한앤컴퍼니가 목표 수량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응모한 모든 주주의 주식을 사주겠다고 밝힌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설령 한앤컴퍼니가 공개매수를 통해 물량을 원하는 만큼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도 쌍용C&E의 자진 상폐는 가능하다. 업계에선 지분 95% 이상이 확보돼야만 상폐가 가능하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 자회사 한앤코시멘트홀딩스 유한회사는 주당 7000원에 쌍용C&E 주식 1억25만4756주(20.1%)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쌍용C&E가 자사주로 9.6%를 먼저 사고 난 뒤 한앤코시멘트 자금을 투입, 10.51%를 매수할 계획이다.
현재 한앤코시멘트는 쌍용C&E 지분을 78.48%를 보유 중이며 자사주 비율은 1.41%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한앤코시멘트 지분율은 88.99%, 자사주 비율은 11.01%로 올라가게 된다. 쌍용C&E가 한앤코시멘트의 완전 자회사(지분 전량을 소유한 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6일 쌍용C&E의 종가는 6920원으로 공개매수 단가(7000원)에 못 미쳤다. 지난달 말 주가와 공개매수 단가를 비교하면 약 25%의 차이가 난다. 주주들 입장에선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충분한 셈이다.
또 한앤컴퍼니는 응모율과 관계없이 모든 신청자의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공개매수에 나섰던 MBK파트너스와 다른 부분이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지분을 20.35% 이상 확보해야만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공개매수에 나섰으며, 결국 8.8%만 신청하는 데 그치자 한 주도 사지 않았다.
만약 한앤컴퍼니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95% 이상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거래소에 즉시 자진 상폐를 신청할 수 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명시된 사항이다.
그러나 반드시 공개매수를 통해 95%를 채워야만 상폐가 가능한 건 아니다. 이 같은 오해는 상법상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 조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개정 상법 제360조의24에 따르면, 회사의 지배주주는 지분 95% 이상을 보유해야만 나머지 소수 주주 지분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주식 전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소수 주주의 축출(스퀴즈아웃·squeeze-out)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배주주가 이 제도를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2015년 상법 개정을 통해 ‘교부금 주식교환’이라는 보완책이 마련됐다. 개정 상법 제360조의3 제3항 4호에 따라 지배주주는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하는 지분(66.7%)만 확보하면 소수 주주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이미 쌍용C&E 지분 78.48%를 보유해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즉 굳이 공개매수를 하지 않고도 교부금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려 자진 상폐할 조건을 갖춘 셈이다. 교부금 액수를 정해 소수 주주의 주식을 사들여 95%의 지분을 확보, 거래소에 상폐를 신청할 수 있다. 상법에 따라 교부금 액수는 지배주주가 단독으로 확정할 수 있다. 다만 적절한 주식 교환 비율을 감안해 금액을 정해야 한다.
실제로 이 같은 방법으로 자진 상폐에 나섰던 기업들이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019년 자회사 한화타임월드의 상폐를 위해 소수 주주들에게 교부금을 지급해 주식 전량을 확보했다. 당시 교부금은 1개월간 거래량 가중산술 평균 종가, 일주일간 거래량 가중산술 평균 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에 10%를 할증한 값으로 정해졌다. 이후 한화타임월드는 한화갤러리아의 100% 자회사가 되며 상폐됐다.
알보젠코리아홀딩스 자회사 알보젠코리아, 도레이첨단소재 자회사 도레이케미칼의 자진 상폐 때도 마찬가지로 교부금 주식교환 방법이 활용됐다. 교부금은 한화타임월드처럼 최근 주가에 일정 비율을 할증해 정했다.
그렇다면 한앤컴퍼니가 굳이 공개매수를 거쳐 자진 상폐에 나서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쌍용C&E 지분을 90% 이상 확보하게 되면 주식 교환을 위해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의 승인만 받아도 된다. 절차적 번거로움이 줄어드는 셈이다. 또 한앤컴퍼니 입장에선 소수 주주가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 상폐를 진행해야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진 상폐를 진행하는 회사 입장에선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을 사주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걸 주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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