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폭락에 '성난개미들', 왜 외국 대사관에 몰려갔나

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2024. 2. 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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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中 개미들, 외국 대사관 웨이보 계정서 불만 쏟아내
당국이 서둘러 삭제 나서자 옮겨다니며 릴레이 댓글
글로벌 증시 선전하는데 중국 증시는 5년래 최저치
증시 폭락 불만 넘어 일부 투자자 체제 비판 댓글도
인도가 부럽다는 댓글을 단 중국 개인 투자자들. 웨이보 캡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중국 증시가 연초부터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외국 대사관의 웨이보(중국 SNS)에 몰려가 증시 폭락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비교적 검열이 약한 지점을 찾아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건데 단순히 증시 폭락에 대한 불만 뿐만 아니라 체제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어 중국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일본→인도대사관 몰려가 댓글 폭탄


6일 오후 주중 인도대사관의 웨이보 공식계정의 한 게시물에 5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평소 인도대사관의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의 댓글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관심이다.

이 게시물은 인도의 한 전통 축제를 중국에서 개최한다는 평범한 내용이지만 '인도에 축복을', '인도는 인류의 빛', '인도로 이민가고 싶다' 등 칭찬 일색의 댓글이 가득하다.

사실 이런 댓글을 단 이들은 중국 증시의 폭락에 불만을 품은 중국 개인투자자들이다. 실제로 일부 댓글은 인도 증시에 대한 부러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훌륭한 나라, 훌륭한 금융시장, 당신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인도 주식시장이 너무 부럽다, 정말 대단하다", "인도가 위대한 국가로 성장해 아시아 시장을 선도하기를 기원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앞서 주중 미국대사관의 웨이보 계정에 몰려가 비슷한 댓글을 달았다. 기린 보호 관련 해당 게시물에는 무려 17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전 게시물의 댓글 수는 많아야 수백개에 불과했다.

이 게시물에 투자자들은 "상하이증권거래소를 폭격할 미사일 몇 개만 빌려 달라", "중국 증시 실적은 '카지노', '처형장'이다" 등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불만을 담은 댓글은 하나둘씩 삭제되고 있다. 이미 미국 대사관 웨이보 계정에 달린 불만 댓글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이에 투자자들은 미국 대사관 계정을 떠나 주중 일본대사관 계정을 거쳐, 지금은 인도대사관 계정으로 옮겨가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태다.

역주행하는 中 증시에 체제 비판까지 등장

중국의 한 증권사 시황판. 연합뉴스

이들의 불만처럼 중국 증시는 처참한 상황이다.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9% 가량 하락했다. 또, 상하이·선전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인데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 2021년 2월 이후 무려 7조 달러(약 9283조 원)가 증발했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일본 증시 조차 '거품 경제' 붕괴 이후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우상향 하고 있다. 중국을 대체하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인도 증시도 최근 1년간 20% 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중국 증시가 역주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등 미중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 시원찮은 수출 실적 등도 중국 증시에 악재가 되고 있다.

다만, 외국 대사관의 SNS 계정을 '통곡의 벽' 삼아 한풀이를 하고 있는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단순히 증시 하락이라는 결과 만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댓글을 통해 중국 당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댓글에서 "인도의 개방적인 분위기가 부럽다. 누구나 공개적으로 나라를 비판할 수 있고 이것이 나라의 발전을 촉진하고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또 다른 투자자들은 "인도 사람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는 게 부럽다", "(중국은) 당신이 논평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찬양하며 상황이 좋다고 말하길 바란다" 등의 체재 비판 댓글을 달았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중국 당국의 통제가 더욱 강화되며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간첩법과 데이터안전법 등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과 외국기업을 옥죄는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며 이는 중국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6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증시 폭락과 관련해 이르면 이날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당국의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보고를 통해 증시 부양을 위한 새로운 조치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다만 해당 보도가 나온 뒤 중국 본토의 선전성분지수지가 5% 상승을 기록하는 등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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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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