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예고한 의사단체…"피해는 국민 몫" 여론 싸늘
"결국 국민피해…대화 통해 총파업 파국 막아야"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2020년 대규모 의사파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 집단 휴업이 현실화하면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하면 총파업 절차에 즉시 돌입하겠다며 강경 모드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대정원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비대위)’를 출범하고, 오는 15일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순간 의사회는 응급의료 긴급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재난대응 체계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무책임한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협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도 같은 스탠스(입장)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전공의들의 총파업 참여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서면 집단 행동에 나서겠다고 응답했다는 전공의가 86%에 이른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공의들은 파업의 영향력을 좌우할 수 있다. 전공의는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면허를 따고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레지던트다. 보통 대학병원의 중환자 진료나 야간·휴일 응급환자 진료, 수술 보조 등은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맡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의사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7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해 무기한 총파업을 벌였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을 주축으로 의대 교수와 의대생 등이 집결했다. 당시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80%가량에 달했다. 생명과 직결된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까지 집단 휴업에 참여했다.
당시 정부는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공백이 커지자 물러섰고 의대 증원은 백지화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3주 가깝게 자리를 비우면서 의료공백이 컸다"면서 "외래진료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물론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전국의 대학병원에서 암 환자 수술 일정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파업한 의료인이 정부의 복귀 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의협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피하기 위해 사직을 검토하고, 의대생들 사이에선 동맹 휴학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사면허 취소를 감수하고 실제 파업에 나설 인원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의 한 상급 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대생들의 동맹 휴업도 파장이 클 수 있다"면서 "1년간 의대생이 배출되지 않으면 전공의를 뽑을 수 없고, 이로 인해 군의관, 공보의도 배출할 수 없게 돼 결국 전공의 중 일정 숫자가 파업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총파업 예고를 두고 명분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며 문제 삼고 있지만 국민 다수가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고 여야가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9.3%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했다"면서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집단 진료 거부까지 불사하겠다며 대국민 협박을 하고 있지만 명분도 설득력도 없는 억지"라고 밝혔다.
이들은 "더 이상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균형있게 제공하기 위해 의대 정원으로 늘어난 의사인력을 어떻게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에 배치해 올바른 의료체계를 구축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룩하기 위한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통해 총파업이라는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대치해 총파업에 이르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서 진료 차질이 빚어지면 국민 여론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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