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내일센터에서 제2의 일자리 찾아볼까?
산기슭에 있는 학교는 조용했다. 그와 달리 강의실에선 활기가 느껴졌다. 드르륵 윙~ 소리가 들리는 강의실로 들어갔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중간에 들어갔지만, 날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자신의 나무 도마를 다듬느라 분주했다. 강의실 앞 플래카드에는 ‘전직스쿨 직업체험 프로그램’이라고 쓰여 있었다.
중장년내일센터에서는 지난 1월 22일부터 30일까지 한국폴리텍대학과 함께 ‘직업체험주간’을 운영했다. 이번 행사는 폴리텍대학의 ‘꿈드림공작소’ 내에서 17개의 직업체험 과정으로 구성됐다. 꿈드림공작소는 폴리텍대학의 시설과 장비를 국민에게 전면 개방해 직업교육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장년에게 직업전환 기회를 지원한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날 스무 명이 아침부터 만든 건 나무 도마. 저마다 큼직큼직한 나무 도마에 사포질을 하며 고유의 결을 내고 있었다. 가루가 날리면 서로 털어주면서 웃음도 털어냈다. 잘 만들어진 도마에 오일을 바르고 말렸다. 모든 체험이 끝나자 수료증이 주어졌다.
“도마를 처음 만들어봤는데 꽤 재밌는데요. 여기 오신 분들과 오늘 처음 만났는데 친해졌어요.” 한 여성이 자신이 만든 나무 도마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이직을 준비하면서 고용노동부에서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한 달 정도 쉬었는데요. 일하던 습관이 있어선지 무료하고 새로운 일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오늘 참여한 하루가 정말 의미있었어요. 쭉 한 분야에서 일해 다른 분야를 하려니 막연했거든요. 오늘 나무 도마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이와 관련된 자격증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여성이 공감했다. “그러니까요. 저는 요식업계에 있었는데 일을 그만두고 정말 갑갑하더라고요. 오늘 현장에 오니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도 많아 정보도 나누고 의지도 되고 힘이 나네요. 또 프로그램을 들으면 수료증도 주고 실업 구직활동 인정도 해줘서 좋고요.” 이들의 나무 도마는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줄까.
“현장에 답이 있어요.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면 머리만 아파요. 다음에 또 학생으로 만납시다!”
나무 도마 수업을 이끈 여상태 학장(한국폴리텍대학)이 프로그램을 마친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현장체험이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중장년의 취업 비결은 무엇일까.
“자격증이죠.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이 되잖아요. 혹 취업 안 하고 있어도 일하고픈 생각이 들죠. 중장년(신중년)들은 취업 욕구는 많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도 많거든요. 또 일하고 싶어도 젊은 세대와는 또 체력이나 상황이 달라 어려운 점도 많죠. 늘 현장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라고 신신당부해요. 상담으로만 그치지 말라고요. 오늘도 도마만 만들고 가는 게 아니라, 실내건축 자격증이나 목공 자격증에 관해서도 알게 되면 더 해보고 싶잖아요. 이 친구도 국가자격증을 땄거든요.”
그는 마무리를 돕고 있는 한 남성을 가리켰다. 그는 다른 일을 하다가 여기서 배우며 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멋쩍은 듯 오늘 조교를 맡았다는 남성은 휴대폰 속 자격증을 보여줬다.
전직스쿨 프로그램은 다양한 정보와 사례를 통해 자신만의 눈높이를 찾아가는 사업이다. 중장년내일센터는 이번 주간 동안 중장년이 도전 가능한 직업훈련 과정과 연계 가능한 직종으로 직업체험 과정을 선정했다. 또한, 이번 직업체험 과정에 참여한 중장년에게는 개인별 경력개발과 재취업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어른들의 키자니아(직업체험)라고 할까요?” 중장년내일센터의 이현정 컨설턴트(서울서부센터)가 첫 마디를 열었다. 찰진 비유다. 그는 중장년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 역시 경단녀였다가 새로운 직업을 찾았으며 수많은 중장년과 상담을 해왔기 때문이다.
“누구나 새로운 일을 찾을 때, 바로 뛰어들기는 조심스러워하잖아요. 아무래도 습관이 굳으면 좀 더 힘들고요. 이런 체험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는 또 나이를 먹을수록 휴식할 때 잘 쉬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최적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프로그램 비용, 식사는 물론 일대일 상담까지 제공된다. 관심이 있다면 중장년워크넷 누리집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면 좋겠다.
그가 말하는 중장년 구직의 팁이 있을까.
“전 끈기와 유연성이라고 봐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정보가 취약하고 소통이 어렵기도 하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이런 프로그램을 하며 일자리에 목말라하는 중장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어요. 청년, 어르신과 또 다른 중장년만이 가진 장점을 부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는 중장년이 지닌 연륜과 관심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를 통해 센터에서도 알맞은 일자리를 생각하고 있다고. 또 현장에서 정보를 얻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치유까지 된다고 말했다.
이번 과정들은 전국적으로 학교 별 특성에 맞춰 전기자동차 정비, 배관작업, 온수온돌배관, 용접, AI 영상제작 서비스 등으로 구성됐다. 생활에 밀접하고 일자리에 적합한 기술 프로그램이 많다.
그렇다면 이번 하루 체험으로 끝날까? 좀 더 심화된 과정을 원하면 폴리텍대학의 심화 훈련과정으로 연계된다. 또 재취업을 희망하면 중장년내일센터에서 제공되는 전직지원 서비스를 통해 재취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그는 “한국폴리텍대학과 협업해 직업체험 참여자에게 신중년 특화과정 및 생애경력설계 참여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체계적인 경력설계 지원과 직업체험 활성화로 전직지원 서비스와 경력개발을 매칭 제공해 중장년내일센터 사업의 특화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현장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K-디지털 트레이닝을 늘리고 폴리텍 학과 신설, 개편 및 비학위 과정을 확대한다. 또 중장년 일자리를 위한 중장년내일센터를 확충한다. 모쪼록 새로운 2막을 살아갈 중장년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학교를 나서며 도마를 들고 걸어가는 두 사람을 다시 만났다. 둘은 오늘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나이도, 생각도 비슷해 친해졌다. 나 역시 중장년. 우리 세대의 깊은 고민에 공감이 간다. 오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를 선택하는 게 점점 더 어렵다는 상황도 이해한다. 그러기에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에 더 솔깃해진다. 두 사람과 손을 맞잡았다. 함께 파이팅하자는 의미로.
중장년워크넷 : https://www.work.go.kr/senior/main/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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