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탄압’ MBC 전임 경영진 대거 사면…“언론장악 사냥개 풀어주나”

최성진 기자 2024. 2. 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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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안광한 전 사장 등 4명
지난해 10월 대법원 유죄 확정
언론노조 “양아치 정권” 격한 반발
김장겸 전 문화방송 사장이 2017년 9월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방송사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기자·피디 등 노조원을 탄압한 혐의로 넉 달 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장겸·안광한 등 문화방송(MBC) 전임 경영진이 대거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6일 “대통령이 뒤를 봐줄 테니 마음껏 언론자유를 파괴하라는 조폭적 행태”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사면 대상에 포함된 언론사 출신 인사는 김장겸·안광한 전 문화방송 사장과 백종문·권재홍 전 문화방송 부사장 등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 3월 문화방송 사장으로 취임한 김 전 사장은 이듬해 1월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가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의 운영을 방해하고 노조원을 비제작 부서로 발령 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를 했다는 사실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등을 통해 드러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김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안 전 사장은 2014년부터 김 전 사장 취임 전까지 문화방송 사장을 지내며 2014년 10월부터 2016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노조원 28명을 부당 전보한 혐의로 김 전 사장과 함께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2012년 문화방송 총파업 당시 회사 쪽에 맞서온 문화방송본부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를 만들어 사 쪽에 비판적인 노조원을 몰아넣었다는 게 안 전 사장의 주된 혐의였다. 역시 지난해 대법원에서 원심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백종문·권재홍 전 부사장도 같은 시기에 기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문화방송의 전임 경영진이었던 김장겸·안광한 전 사장을 ‘형선고실효·복권’ 대상자에, 백종문·권재홍 전 부사장을 복권 대상자에 포함시키자 언론노조는 ‘양아치 정권’이란 표현까지 쓰며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된 4명의 문화방송 전임 경영진을 가리켜 “이들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부당노동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그 위중함을 지적했다”고 짚었다.

또 언론노조는 “윤 대통령이 김장겸·안광한에게 내린 사면은 대법원이 지적한 이들 범죄의 심각성을 내팽개쳤을 뿐 아니라 지금도 케이비에스(KBS), 방통위, 방심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언론장악 행태들이 나중에 유죄를 받더라도 사면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 준 것”이라며 “대통령이 뒤를 봐줄 테니 마음껏 언론자유를 파괴하고 방송독립을 해체하라는 조폭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까지 언론장악의 수단으로 쓰는 정권이 뒷골목 양아치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기소해 유죄확정 판결 받았던 죄수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언론장악 사냥개로 등장시키며 자기 자신을 완전히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어떤 명분으로도 윤석열 정권은 자유와 공정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도 이날 성명에서 “법무부는 (김장겸·안광한 사면 등과 관련해) ‘장기간 언론인으로 재직한 언론사 경영진 등을 사면함으로써 갈등 극복과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 도모’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 대상도, 그 사유도 너무 충격적이고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방송본부는 “김장겸·안광한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공정과 상식은 온데간데 없는 비상식적 사면복권을 강행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편향되고 비뚤어진 언론관, 특히 공영방송 엠비시를 바라보는 편향되고 그릇된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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