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출생 얼마나 심각하면···서울 한복판 국공립 어린이집도 문 닫는다
정원 79명에 원아 16명···내달 문닫아
정부 지원 국공립마저 경영난 못견뎌
집값 폭등 신혼부부 도심 이탈도 한몫
전문가들 "정부 차원 발빠른 대처 필요"
저출생이 심각해지면서 서울 한복판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마저도 문을 닫는다. 그간 경영난으로 민간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사례는 많았지만 국가 보조를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폐원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절벽과 집값 폭등으로 인한 신혼부부의 도심 이탈 등이 요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영유아의 절대적인 숫자가 감소하면서 국공립 어린이집마저 폐업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마포구 상수동 소재 A어린이집은 3월 1일 자로 영업을 종료한다. 현재 재학 중인 원아 16명은 인근 어린이집 등으로 전원 전학 조치를 밟는다.
이 어린이집의 원장인 유 모 씨는 “정원이 79명인데 원아가 총 16명에 불과해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 고심 끝에 폐업을 결정했다”며 “저출생 여파 등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원아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구청 측에서는 해당 어린이집이 입주해 있는 공간을 아동·노인 등 전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통합 복지 센터인 ‘실뿌리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주가 다녔던 어린이집을 할머니가 쉼터로 이용하는 광경이 연출되는 셈이다.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면서 다수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은 주로 민간·가정 어린이집에 집중돼 있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과 달리 정부로부터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폐원하는 사례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실제 마포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포구 내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 폐원한 사례는 2021년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서울시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폐원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총 72곳으로 전체 폐원 수(2386곳)의 3%가량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서울시 내 전체 어린이집이 총 4712곳에서 4437곳까지 275곳 감소할 동안 국공립 어린이집은 17곳만이 문을 닫는 데 그쳤다. 민간에서 전환되거나 신규 설립하는 곳들도 생기면서 지난해 서울시 내 국공립 어린이집은 총 1829곳에서 1845곳까지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폐업까지 내몰리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역시 저출생이 꼽힌다. 해당 어린이집은 만 0~2세 영아를 대상으로 한 시설인 만큼 저출생으로 인한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신생아 인구는 2018년 5만 8074명에서 2022년 4만 2602명으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시 합계출산율 역시 지난해 기준 0.598명으로 전국 평균(0.778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서울시 내 치솟는 집값도 신혼부부들을 외곽으로 내모는 요인으로 꼽힌다. A어린이집 측은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폭등하면서 인근 신혼부부 입주자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부터 원아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에 거주하는 20~30대 등록 인구는 2017년 300만 명 선이 깨진 후 지난해 278만 명까지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저출생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그간 드물었던 국공립 어린이집 폐원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포구 관계자는 “A어린이집 외에도 다른 한 곳이 폐원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난 5년간은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폐원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인구 경제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영유아 숫자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민간은 물론 국공립 어린이집까지도 그 여파가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폐원 자체는 막을 수 없다 해도 해당 시설을 영유아·노인 등이 모두 쓸 수 있는 복지시설로 전환하는 등 공공복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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