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2000명 확대] 의대정원 지방대 우선 배정… 지역의료 살리고 고령화 대응
40명이하 의대 정원 증가 예상
의협 "강행시 총파업 나설 것"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려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해법을 찾기로 한 가운데 지역별·대학별로 어느 정도로 정원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복지부는 올해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에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의대 입학생이 65% 늘어나게 된다. 지역별·대학별 정원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복지부가 밝혀온 방향을 고려하면 '지방 국립대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지방 국립대를 지역 의료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복지부가 작년 11월 실시한 의대 수요조사에서 대부분의 지방 국립대는 의대 정원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과대학 입시때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할 계획이다.
증원 규모가 상당한 만큼 현재 정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지역 사립 의대의 증원 폭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원이 40명 이하인 '미니 의대'도 정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작년 10월 "의대 정원이 최소 8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대통령께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별 정원은 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해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각 대학은 이를 반영해 학칙을 개정한 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을 거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올해 고3에게 적용되는 대입 모집정원은 이미 작년 4월 발표된 만큼 2025학년도 정원도 4월 말까지는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 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2020년 대규모 의사파업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하면 총파업 절차에 즉시 돌입하겠다며 강경 모드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대정원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오는 15일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순간 의사회는 응급의료 긴급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재난대응 체계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무책임한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파업한 의료인이 정부의 복귀 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로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다', '인구 감소로 의사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펴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한 대학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오히려 의료 서비스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인구 감소 속도보다 국민들이 고령화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면서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만성질환을 앓으면서 의사, 간호사 수요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9명(89.3%)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또 국민의 93.4%는 "필수진료과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해 의사 단체가 파업을 지속적으로 고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2020년 의대정원 증원 추진 때는 의사단체가 파업하기 직전에 정부가 포기했다"며 "당시 워낙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이고, 의사들의 협조 없이는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되고 각종 필수의료의 한계를 국민들이 봤기 때문에 일시적인 파업은 국민들이 충분히 감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들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환자와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는 분들이다. 그분들이 환자 곁을 지켜주기를 바란다"면서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을 할 경우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원칙과 법에 의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편 의대 정원 증원은 교육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입에서 '의대 쏠림'과 'N수생 증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입시에서 의대 입학을 위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고도 반수를 택하는 중도 탈락생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의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지원자가 증가하면서 의대 다음으로 선호되는 학과 합격자가 대거 의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해당 학교·학과의 합격 커트 라인을 낮추고, 다음 성적권 대학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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