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이 부통령 출마…인니 조코위, '정치 왕조' 구축 논란[딥포커스]
'민주주의 위기' 비판 성명 잇달아…대중의 지지는 굳건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소탈함과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과 뛰어난 행정 능력 그리고 우수한 경제 성적표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치 왕조'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4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대통령을 만들어준 당에 등을 돌리고 나이 제한이 걸린 혈육의 출마를 위해 편법까지 동원하면서 '소탈한 서민 대통령'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젠 정치적 술수가 많은 '노련한 정치꾼'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가난한 목수 집안 출신으로 군복무 경력이 없고 수카르노, 수하르토 정권과 직접적 연줄도 없이 2014년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의 직선제 정권 교체를 이룬 인물이기에 그의 최근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
대통령 직선제가 2004년 처음 실시돼 이제 막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인도네시아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여전히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그가 결국엔 왕조 구축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조코위 장남, 편법으로 부통령 출마
5일(현지시간) 호주 비영리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조코위 대통령이 3선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이번 대선에 출마할 수 없지만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의 출마 연령은 만 40세 이상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나이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헌법소원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조코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부 자바주 수라카르타 시장을 지낸 기브란의 출마 길이 열리게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헌법소원에서는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이자 기브란의 고모부인 안와르 우스만 헌재 소장이 배석해 이해 상충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잇달았고, 안와르 소장은 결국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때 정적이 '정치 왕조'의 초석으로
조코위 대통령은 또 최근 기브란과 손을 잡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정적으로 나서면서 대립하다 두 차례나 낙선했지만, 이후 조코위 대통령은 그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더컨버세이션은 조코위 대통령이 대중 연설이 능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브란을 대신해 프라보워 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미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인도네시아의 민주화 이전 시기인 1968~1998년에 철권 통치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다.
특히 조코위 대통령은 기브란과 프라보워 장관과 함께 만찬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이들의 기호인 2번을 상징하며 손가륵 2개로 'V'자를 만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조코위 대통령은 오히려 "대통령도 정치인이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문제는 조코위 대통령이 지지하는 프라보워 장관이 바로 집권 여당인 투쟁민주당(PDI-P)와 경쟁 관계에 있는 그린드라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즉, 조코위 대통령은 정치 왕조 구축을 위해 자신의 지지 기반인 집권당마저도 배신한 셈이다.
◇'민주주의 위기' 우려에도 끄떡없는 조코위
이처럼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 왕조 구축에 힘을 쏟으면서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논란에 국립 인도네시아대학(UI)와 국립 가자마다대학(UGM) 등 대학들은 저마다 "민주주의 위기"라며 비판 성명을 내고 있지만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굳건한 상황이다.
특히 조코위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프라보워 장관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어 외신들은 이번 대선에서 프라보워 장관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더컨버세이션은 "이제는 권위주의적 통치 아래 살아본 적이 없는 인도네시아의 Z세대들에게 민주화의 물결은 그저 역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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