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영입, SF 장타력 도움 안돼" 美 냉정한 평가, SF 결국 '쿠바 홈런왕' 영입전 전격 참전

양정웅 기자 2024. 2. 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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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호르헤 솔레어. /AFPBBNews=뉴스1
야심차게 KBO 리그 최고의 콘택트 히터 이정후(26)를 영입한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하지만 힘의 부재 속에 홈런왕 출신 거포 영입에 나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6일(한국시간)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인용, "샌프란시스코가 강타자 호르헤 솔레어(32)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번 스토브리그에 영입한 이정후나 톰 머피는 홈런 개수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쿠바 출신의 외야수-지명타자인 솔레어는 2014년 시카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년 차인 2015년에는 101경기에서 타율 0.262 10홈런 47타점 OPS 0.723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86경기에 12홈런을 터트렸고, 월드시리즈에서도 5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팀이 10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2017시즌을 앞두고 솔레어는 불펜투수 웨이드 데이비스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했다. 첫 2시즌은 부상이 겹치며 도합 9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019년 주전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자신의 장타력을 과시했다. 162경기 전 경기에 나선 그는 타율 0.265(589타수 156안타) 48홈런 117타점 95득점 OPS 0.922의 성적을 거뒀다. 그해 그는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 타점 2위, OPS 7위 등 타격 능력의 향상을 이뤘고, MVP 투표에서도 21위에 올랐다.

호르헤 솔레어. /AFPBBNews=뉴스1
호르헤 솔레어(오른쪽 2번째)가 2021년 애틀랜타의 월드시리즈 우승 후 카퍼레이드에 참석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솔레어는 2021시즌 도중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됐다. 캔자스시티에서 1할대 타율에 그쳤던 그는 애틀랜타 이적 후 55경기에서 타율 0.269, 14홈런을 터트리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디비전시리즈 기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휴스턴과 월드시리즈에서 결승 홈런만 세 차례(1, 4, 6차전) 기록하며 시리즈 MVP에 당당히 등극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한 솔레어는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50 36홈런 75타점 77득점 OPS 0.853을 기록했다. 4년 만에 30홈런 이상을 터트렸고, 개인 4번째로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기여했다. 생애 첫 올스타 선정은 덤이었다.

솔레어의 장점은 역시 장타력이다. 비록 잦은 부상으로 통산 홈런 개수는 170개로 눈에 띄는 편은 아니지만, 타석당 홈런 수는 17.8개로 현역 선수 중 15위에 해당한다. 그의 밑으로는 놀란 아레나도(17.9개), 폴 골드슈미트(19.2개), 프레디 프리먼(21.9개) 등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했다. 홈런 생산력만큼은 상위 클래스다.

호르헤 솔레어.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는 타격에서 보완점이 많은 팀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79승 83패(승률 0.488)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불과 2년 전 구단 역대 최다승(107승)과 함께 다저스의 연속 지구 우승을 저지했지만, 지난해 정확히 5할 승률 턱걸이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승이 더 줄어들고 말았다. 이에 시즌 종료 후 게이브 케플러 감독을 경질했다. 특히 타격에서 다소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팀 타율(0.235)은 내셔널리그 꼴찌였고, OPS(0.695)도 평균(0.740) 이하였다. 23홈런과 OPS 0.863을 기록한 윌머 플로레스가 그나마 타선에서 힘을 보탰지만, 전반적으로 타선이 가라앉은 모양새였다.

물론 이정후의 영입이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은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MLB.com은 "올해도 상위권 해외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오는 콘택트형 스타플레이어가 나오리라는 전망이 있다"며 이정후를 소개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영입"이라고 언급한 매체는 "이 25세의 좌타자는 메이저리그 타격왕 경쟁에서 10위권, 내셔널리그에서는 5위 안에 들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팬그래프의 예측에 따르면 내셔널리그에서 이정후보다 타율이 높을 것으로 나온 선수는 아쿠냐(0.318),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0.317),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 0.302) 세 명뿐이었다.

이정후. /사진=좀보이 미디어 SNS
또한 MLB.com이 주목한 점은 바로 낮은 삼진 비율이었다. 2024시즌 이정후는 전체 타석에서 9.1%의 삼진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아라에즈(7.1%)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아라에즈가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선수인만큼, 그정도의 콘택트 능력이 있다는 평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11개의 홈런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많은 홈런을 기록하기는 어렵다. 샌프란시스코의 홈 구장인 오라클 파크는 특이한 구조로 주목을 받았다. 좌측 폴대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가운데가 평평한 것을 제외하면 평범하다. 하지만 우중간부터는 급격히 안쪽으로 말려들어오며 타 구장과는 다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좌측 폴대쪽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03m인 반면 우측은 94m로 매우 짧다. 하지만 왼쪽 펜스가 2.4m로 평범하지만 오른쪽은 7.6m로 세 배나 높다. 또한 우측 외야 바로 바깥에는 바다가 있어 해풍까지 들어온다.

짧지만 너무도 높은 오른쪽 외야 담장, 여기에 역풍까지 불면서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가 장타를 때려내기 어려운 구장으로 정평이 났다. 실제로 MLB.com에 따르면 오라클 파크에 출전한 좌타자의 장타율은 0.369로, 이는 지난해 빅리그 홈구장 중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 파크(0.368)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좌타자의 홈런 팩터는 84로 빅리그에서 6번째로 낮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의 전경. /AFPBBNews=뉴스1
오라클 파크의 구조.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오라클 파크 개장 후인 2000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약물의 힘을 빌린 배리 본즈(5회)를 제외하면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좌타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브랜든 벨트(현 토론토)가 2021년 29홈런을 기록했고, 2010년 오브리 허프(26홈런), 2021년 마이크 야스트렘스키(25홈런)를 비롯해 6명의 좌타자가 20홈런 이상을 만들었다.

여기에 이정후 자체의 파워도 미국 현지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발표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20-80 스케일(선수 평가 척도)상 콘택트는 60점으로 평균 이상이 나왔지만, 파워는 45점이 나와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이정후는 부드럽고 빠른 스윙을 가진 퓨어 히터(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배트 스피드나 선구안, 부드러운 스윙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리그 평균 이상의 타자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했다. 이어 "루상에서는 평균 이상의 위협적인 주자이고, (수비에서는)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스피드나 운동능력, 본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정후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그래도 한국에서도 리그에 적응하면서 장타력을 꾸준히 올렸다는 점에서는 기대를 하게 된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데뷔 시즌인 2017년 622타석에서 단 2홈런에 그쳤던 이정후는 매년 꾸준히 홈런 개수를 늘려 2020년에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5홈런)을 터트렸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 기존에도 2루타는 많이 기록했지만, 이것이 홈런으로 변환되면서 20홈런 이상 시즌을 만든 것이다.

정후의 타격 모습. /사진=키움 히어로즈
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올렸다. 4월 한 달 동안 0.21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늦은 출발을 보인 이정후는 5월 0.305, 6월 0.374, 7월 0.435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결국 6월 11일 3할 타율에 진입한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다.

이에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6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2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2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72억 원)를 받는다.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 이정후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제야 실감이 조금 난다. 원래 항상 팀원들과 함께 출국했는데 오늘(1일)은 또 혼자 나가게 됐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며 "오늘과 비교해 7년 전 스프링캠프 출국 때가 더 떨리는 것 같다. 그때는 정말 프로 선수로서 첫 시작이어서 떨리고 긴장됐는데 지금은 선배님들도 안 계시고 또 다른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떨림보단 기대감이 더 높은 것 같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밖에서 할 수 있는 기술 훈련만 남았는데 따뜻한 곳으로 빨리 가서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실내에서 하는 훈련은 한계가 있다. 새로운 팀원들도 많이 못 만나봤고 모든 걸 먼저 가서 경험하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도 훈련 시설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바로 애리조나로 가서 내일(2일)부터 훈련할 생각이다. 이미 마음가짐은 실전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빠른 출국의 이유를 전했다.

이어 이정후는 "(1억 달러 넘는 계약을 따낸 것에) 솔직히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해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가서 잘해야 나 다음으로 한국에서 도전하는 후배들이나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거라 생각한다. (김)하성이 형이 잘해서 좋은 대우를 받은 것처럼 내가 또 잘한다면 앞으로 한국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나 대우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서 책임감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역 내에서는 가장 기대받는 스포츠스타 중 하나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 주목할 15명의 야구인'을 선정했는데, 이 중에서 이정후의 이름도 있었다. 매체는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이정후)가 기록지에 어떤 숫자를 남길지는 모른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도 "이정후가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활동적인 수비수이고,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올드스쿨형 타자라는 점 모두가 흥미롭다"며 이정후를 높이 평가했다. 아직 그라운드에서 첫 선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모습만 보고도 이정후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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