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빨리 배상'vs'현실성 없어'...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 가능할까

이승연 2024. 2. 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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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조원대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율 배상' 방안을 언급하면서 업계는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건에 대해 판매 금융회사가 일부라도 선제적으로 배상해 준다면 투자자의 자금 유동성이 일찍 확보돼 도움 된다는 것이지만 업계는 자칫 배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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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수조원대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율 배상' 방안을 언급하면서 업계는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건에 대해 판매 금융회사가 일부라도 선제적으로 배상해 준다면 투자자의 자금 유동성이 일찍 확보돼 도움 된다는 것이지만 업계는 자칫 배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4일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 "2차 검사를 진행해 이달 중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손실을 배분하는 방안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분쟁조정 절차와 별개로 금융사들이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배상기준안을 마련하기 이전에 금융회사에 선제적인 배상을 요청한 첫 발언으로 이를 통해 손실 보전 시점을 앞당기고 당장 큰 재산적 피해를 직면하게 된 투자자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도 이 원장은 "금융사들도 (불완전판매 혐의를)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며 "배상 규모가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금융사들이 수긍하고 자발적으로 일부를 배상해주면 소비자 입장에서 일단 유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사의 내부 결정으로 자체 배상안 마련이 어렵다고 한다면 특별히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다"며 강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금감원이 내달 중 배상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서두르겠지만 보다 발 빠른 배상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설 연휴를 분기점으로 금감원도 1차 검사 결과를 정리하고 2차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에 대해 금융회사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해석도 깔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진행하면서 판매사도 '감독원에서 이런 지점은 문제 있다고 보는구나' 혹은 '이런 건 우리도 좀 문제였구나' 하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공적인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자율 배상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서 강조하는 '자율 배상'의 핵심은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상품 판매에 요구되는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금융회사가 지켰느냐다. 예를 들어 본점에서 영업점에 상품 설명을 불완전하게 전달했거나 암 보험금을 투자하도록 했다면 명백하게 판매회사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때에도 주요 판매사였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분쟁조정위원회 배상 비율 결정이 나오기 전 선제적 피해보상을 한 전례가 있다.

다만 금융회사들은 이번 홍콩H지수 ELS 투자자에게도 자율 배상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가 아닌 공모펀드인 만큼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고 수많은 투자자의 투자 배경도 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인 경우도 있겠지만 (ELS 구조를) 다 이해했지만 손실난 경우도 섞여 있다"며 "특정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로 배상해준다면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자율배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임 문제가 불거지거나 자본시장법을 위배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본시장법은 불완전판매 등 예외적 사유가 아니라면 판매사가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주주가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배상 등 큰 돈이 나가는 데에는 주주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물론 주주가 권한을 위임한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결정하지만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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