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주체 북한 여성, 결혼은 늦게···가정 내 지위 올라가
2013년부터 10년간 북한이탈주민 6351명 조사
북한에서 ‘장마당’(종합시장) 경제가 활성화되고 여성이 시장화의 주요 주체로 부상하면서 혼인 연령도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6일 발간했다. 그동안 탈북민 면접조사 결과는 ‘3급 비밀’로 분류해 비공개했는데, 이번에 비밀을 해제하고 보고서로 공개한 것이다. 이 조사의 응답자 중 여성의 비율(81.8%)이 남성(18.2%)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 경제 책임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지워지면서 북한 여성은 가능하면 늦게 결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이전에 탈북한 응답자 1005명 중 25세 이하에 결혼했다는 비율이 66.8%이고, 26~29세가 30.0%였지만 2012년 이후에는 25세 이하 비율이 51.3%로 하락했고 26~30세 비율은 34.5%로 증가했다.
2016년에서 2020년 사이 북한을 떠난 탈북민들은 시장 활동이 가정 내 여성 지위에 미친 영향에 관해서는 30.0%가 남편과 위상이 동등해졌거나 남편보다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45.9%는 위상이 다소 높아졌다고 답변했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이같은 변화에 따라 남편을 ‘멍멍개’나 ‘낮전등’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낮전등’이란 낮에 켜진 전등처럼 하는 일 없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정 내 남녀평등 정도는 개선됐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여성에게 ‘전통적 여성상’을 강조하고 있어 사회 전반의 남녀평등은 요원하다고 통일부는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여성들이 자녀들을 사회주의 교육교양으로 키워내고 고상한 문화도덕적 풍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일상에서 여성들이 ‘조선옷’을 착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여성에게 조선옷 착용을 강조하는 것 등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회귀를 위한 조처”라며 “종합시장에서 경제활동에 나선 여성들이 현대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을 북한당국이 경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경제의 장마당 의존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71%가 장마당에서 쌀·강냉이(옥수수) 등 식량을 구했다고 답했다. ‘시장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는 이가 89.5%로 나타났다. 시장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했다고 답한 이는 3.7%에 불과했다. 소득의 68.1%가 ‘비공식 소득’이고, 경제활동 종사자 가운데 37%가 사경제 활동으로 생계를 해결했다고 답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화폐는 전체적으로 북한돈이 많았지만 대상 시기를 2016~2020년으로 좁히면 중국 위안화가 68.4%로 가장 많고, 북한 원이 25.7%로 나타났다. 미국 달러도 5.2%를 차지했다.
2013∼2022년 탈북민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개인 간 주택 매매가 비공식적으로 빈번하게 벌어지는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주택 매매는 소유권이 아니라 살림집 이용 허가증, 통칭 ‘입사증’을 사고파는 것이다. 북한에 살 때 주택 양도·매매·경험이 있다는 응답의 총합계는 탈북 시기별로 2000년 이전 10.7%였다가 2016∼2020년에는 46.2%로 늘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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