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로 수업권 침해” 청소노동자에 소송 건 연세대생 패소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2022년 7월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세대생 3명은 한달 앞선 6월17일 집회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 집행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빈 기자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연세대 학생들이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6단독 주한길 판사는 6일 연세대 학생 이모씨가 김현옥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장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청소노동자 소송대리인단은 이날 “청소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노동의 결과를 누리는 학생 역시 이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일정 부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며 “(법원이)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 없이 오로지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도 입장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진짜 사장인 대학당국이 우리 요구를 묵살하고 투쟁이 길어진 것”이라며 “이번 소송을 빌미로 학생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이 벌써 6차교섭인데 아직도 용역업체들은 사측 교섭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진짜 사장인 원청 대학이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으니 투쟁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2022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시급 인상과 샤워실 설치,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점심 시간 학생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에 이 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 등 3명이 집회 소음으로 수업에 방해를 받았다며 청소노동자들을 고소·고발하고, 총 638만6000여원 상당의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연세대 출신 법조인들이 청소 노동자를 위한 법률대리인단을 구성해 지원에 나섰다.

경찰은 고소·고발 건은 지난해 불송치 결정했다. 민·형사상 소송에 나선 3명 중 2명은 중도에 소를 취하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