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역대급 실적 찍었다…표정관리 나선 '라면 빅3' [하헌형의 드라이브스루]

하헌형 2024. 2. 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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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이른바 '빅 3' 라면 회사가 요즘 표정 관리에 한창이다.

 불황 속 소비 침체로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수출과 내수 판매가 쌍끌이로 성장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43만달러(약 1조2600억원)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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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이른바 ‘빅 3’ 라면 회사가 요즘 표정 관리에 한창이다. 불황 속 소비 침체로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수출과 내수 판매가 쌍끌이로 성장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3사의 작년 합계 매출 추정치는 8조원, 영업이익 합계는 6000억원을 웃돈다.

하지만 일각에서 라면 수출이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피크아웃)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데다, 정부가 호실적을 이유로 라면값 인하를 재차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 마냥 실적을 자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면 3사 매출 8조 돌파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의 작년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4173억원, 영업이익은 229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전년과 비교해선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104.1%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식품업체 중 작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100%를 상회한 곳은 농심과 빙그레, 풀무원 세 곳뿐이다.

삼양식품도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운 덕분에 작년 매출(잠정 실적)이 1조192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2.4% 늘어난 1468억원이다. 오뚜기 역시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0%, 42.1% 늘어난 3조5023억원과 2638억원으로 추정된다.

라면 업체들의 실적 호조에는 수출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43만달러(약 1조2600억원)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농심은 작년 영업이익 중 약 36%가 해외에서 나왔고, 그중 77%는 미국 법인이 벌어들였다. 미국 법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25%가량 급증했다. 농심은 미국 라면 시장을 25% 이상 점유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매년 두 자릿수대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에서만 812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처음 60%를 넘은 해외 매출 비중은 올해 71%까지 커질 전망이다. 해외 수요가 급증하자 삼양식품은 경남 밀양에 제2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고물가로 라면 인기가 높아지면서 내수 매출도 늘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농심과 삼양식품의 작년 내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0%, 17.6% 증가했다.

◆“수출 피크아웃 우려” 목소리도

라면 회사들은 역대급 실적 달성을 대놓고 좋아하기 어려운 처지다. 역설적으로 핵심 수익원으로 떠올랐던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주춤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작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48만원까지 치솟았던 농심 주가는 미국 법인의 3분기 매출 감소(전년 동기 대비) 소식이 전해진 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 38만원대로 내려앉았다. 한국투자증권은 농심의 미국 법인 매출 증가율이 작년 11%대에서 올해 3% 수준으로 떨어지고, 영업이익도 작년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56%에 달했던 삼양식품의 수출 증가율도 올해 10%대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면 회사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 정체와 이익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라면값 인하 압박이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작년 6월 농심은 ‘신라면’ 소매가격을 50원 내렸고, 오뚜기는 ‘진라면’을 뺀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제외한 12종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그러나 진라면 등 대표 상품은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인하 폭도 2021~2022년 인상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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