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습기 살균제'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피해자 '환영'
[앵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국가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피해자 측은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정부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철희 기자!
[기자]
네, 서울고등법원입니다.
[앵커]
판결 내용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네, 서울고등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 모 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원고 5명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에 따라 구제급여를 지급 받은 2명을 뺀 나머지 3명에게 각각 3백∼5백만 원씩 지급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민사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됐지만, 국가 책임이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재판부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화학물질, PHMG와 PGH를 심사하고 공표하는 과정에서 유해성을 불충분하게 심사하고도, 마치 관련 물질이 유독물질이 아닌 것처럼 고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가 안정성을 보장한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해, 끔찍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이번 판결에 피해자 측은 정부가 피해 배상의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된 거라며,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송기호 /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 (국가에) 배상 책임의 법적 의무가 있다고 선언한 굉장히 의미가 큰 판결입니다. 오늘의 판결에 기초해서 원천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가책임배상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말씀 드리고요.]
이번 소송이 처음 시작된 건 10년 전인 지난 2014년입니다.
피해자와 유족 등 13명이 참여했는데 1심 재판부가 업체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국가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자 세퓨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5명이 항소했습니다.
7년 넘는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 측은 세퓨가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PGH와 PHMG 성분 등 고분자 화합물을 안전하다고 승인한 국가에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반면 정부는 고분자 화합물이 비교적 안전한 데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독성 시험을 면제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항소심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 소송이 지연되는 사이 CMIT 등 저분자 화합물을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했던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국가에 저분자 화합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소송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한편 환경부는 판결문을 검토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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