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한옥리조트에서 느릿느릿 느긋한 하루
충청남도 태안. 노을이 아름다운 의항 해수욕장을 바라보는 언덕엔 나만 알고 싶은 한옥 리조트가 있다. 이름은 '탼' 한옥비치리조트. 지난해 12월 문을 연 따끈따끈한 신생 리조트다. 탼. 어렵고 생소한 이름이지만 자꾸 읽다 보면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다. '탼'은 느린 충청도 발음으로 '태안'을 부르는 방언이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느긋함. 정말이지, 여기선 시간이 느리게 갔다.
탼 한옥비치리조트(이하 탼)는 독채 한옥 16채와 호텔 스타일의 객실형 한옥 6개로 구성돼 있다. 독채 한옥은 하늘, 구름, 풀꽃, 바다, 윤슬처럼 자연의 이름을 딴 객실과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댕댕 한옥으로 나눠진다. 객실형 한옥은 4인까지 머물 수 있는 큰 구름과 최대 2인까지 숙박 가능한 작은 구름으로 구분된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윤슬'은 말 그대로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2 베드룸 럭셔리 스위트다. 마당까지 합한 총 면적은 430 m2 (130.3평)에 이르며, 룸 크기만 85.5 m2 (25.9평)에 달한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마치 대갓집 양반이 된 듯 으쓱해지다가, 소나무 사이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고요한 명상 속으로 빠져든다. 음악이 필요하다면? 윤슬 룸엔 블루투스 스피커도 있지만, 꼭 LP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어보자. LP에 핀을 살며시 얹는 순간부터 아날로그 감성에 푹 빠져볼 수 있다.
'바다'룸은 2베드룸 프리미어 스위트룸으로, 말 그대로 어디서든 바다 뷰를 볼 수 있다. '풀꽃'은 2베드룸 프리미어 스위트룸으로 정원뷰를 갖췄다. 둘 다 한옥에 모던한 인테리어를 더해 편리하면서도 아늑한 한옥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프라이빗 파티가 필요하다면, 모던 한옥 2베드룸 럭셔리 스위트 마운틴 뷰인 '하늘'이 정답이다. 넓은 거실에는 대형 다이닝 테이블과 소파가 있고, 한 켠엔 LP플레이어와 플립쉬 스피커, 와인바 스테이션이 있어 파티 분위기가 한껏 살아난다. 한옥답게 다도와 싱잉볼을 즐길 수 있는 티룸도 있어 다양한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룸이다. 객실형 한옥인 '구름'은 현대식 한옥 안에 다도 공간과 개별 정원을 갖추고 있어 깔끔한 느낌을 준다.
탼은 여행을 앞두고 고민이 깊기 마련인 반려동물가족에게도 반갑다. 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머물 수 있는 댕댕룸이 2채 있다. 개별 마당이 있는 한옥 독채로, 안전하게 방해받지 않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오염과 물기에 강한 패브릭 소파에서 센스가 느껴진다. 폭신한 강아지 침대와 도자기 식기, 넉넉한 배변판, 논슬립 계단과 반려견 편백 욕조까지… 다양한 반려동물 어메니티에서 세심한 서비스가 와닿는다. 한옥이라 춥지 않을까 걱정이라면 그것도 오산이다. 펄펄 끓는 듯한 바닥에서 사랑스러운 강아지와 함께 배를 깔고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평생 아파트 생활만 해온 도시인은 한옥 마당에서 '불멍'이라는 로망도 이룰 수 있다. 처음 해보는 장작불 붙이기는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내 머리카락과 무무 털에 장작 타는 냄새가 가득 배고 나서야, '행복은 가스불처럼 몇 초 만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인내를 갖고 느긋하게 만들어 내는 것' 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야심 차게 불 속으로 던진 고구마는 한 줌의 재가 됐지만, 다음에 와서는 꼭 제대로 해내리라. 하늘엔 별빛, 담장 너머엔 바다, 한옥 마당에서 불멍, 책 한권과 커피… 탼에서 가장 좋았던 것들이다.
탼 주변엔 이렇다할 가게가 없어 필요한 것은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간단한 로컬푸드와 간식, 주류는 24시간 운영하는 매점인 '라이프스타일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아침식사는 탼에서 제공해주는 로컬 요거트와 그래놀라로 해결하면 된다. 건강하고 가벼운 식사에 하루가 상쾌하게 시작됐다.
여행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라운지 '탼 라운지'는 휴식 큐레이션 '느긋'을 운영한다. 라운지에서 책, 인센스, 드로잉북, 싱잉볼, 요가매트, 질문카드 등 맘에 드는 것을 빌려서 나만의 느긋한 시간을 보내면 된다. 느긋의 취지대로 지내다 보면, 왜 리조트 이름이 '태.안.'이 아닌 '탼~'인지 깨닫게 된다. 느리게 느리게. 그렇게 지내보라고. 탼의 하루는 느리게 흘러간다.
글·사진 김진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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