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살해’ 혐의 군인 무죄 선고 규탄...“세르비아는 암흑의 땅” [포토]

곽윤섭 기자 2024. 2. 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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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각)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백명의 언론 인권 운동가들과 야당 정치인들이 지난 1999년 언론인 슬라브코 쿠루비야 살해 혐의로 수감된 전직 정보장교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금요일에 발표된 항소법원의 판결은 1999년 살해사건에 대한 2021년의 유죄판결과 4명의 정보장교에 대한 장기간의 징역형을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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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베오그라드서 인권 운동가·야당 정치인들 집회
“언론이 보호받지 못하면 시민도 안전할 수 없어”
5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세르비아 항소법원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여성이 언론인 슬라브코 쿠루비야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들고 있다. 언론 인권 운동가들과 야당 정치인들이 저명한 언론인 쿠루비야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전직 정보원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세르비아 항소법원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백명의 언론 인권 운동가들과 야당 정치인들이 지난 1999년 언론인 슬라브코 쿠루비야 살해 혐의로 수감된 전직 정보장교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금요일에 발표된 항소법원의 판결은 1999년 살해사건에 대한 2021년의 유죄판결과 4명의 정보장교에 대한 장기간의 징역형을 뒤집은 것이다. 2021년 특별 법원은 라도미르 마르코비치 전 비밀 경찰국장과 베오그라드 정보부 밀라노 라돈지치에게 징역 30년을, 다른 두 명의 정보관에게는 20년 형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던 쿠루비야는 밀로셰비치 대통령에 의해 국가의 적으로 간주되었으며 친정부언론들은 쿠루비야가 나토의 세르비아 폭격을 불러왔다고 비난했다. 1999년 나토의 세르비아 개입은 밀로셰비치가 세르비아의 옛 영토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민족을 유혈 진압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쿠루비야는 아파트 입구에서 13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세르비아 독립언론인협회 회장 첼코 보드로지치는 아에프페 통신에 “이번 판결은 국가가 언론인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시민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언론인들이 안전하지 보호받지 못하면 시민들도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언론자유 증진을 위한 재단을 운영하는 슬라보코 쿠루비야의 딸 젤레나 쿠루비야는 에이피 통신에 “이 추악한 판결에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모든 언론인들과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을 겁박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1990년대 어둠의 세력이 여전히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곳은 암흑의 땅이다”라고 말했다.

세르비아에서는 당국에 비판적인 기자와 편집자들이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며 밀로셰비치 시절 정보장관을 지낸 알렉산다르 부치치 현 대통령은 공개 연설에서 기자들을 주기적으로 비난한다.

5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세르비아 항소법원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언론인들이 “너희들은 정의를 살해했지만 진실은 살아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5일 베오그라드에 모인 시위대 중 한 명이 “살인자들을 단죄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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