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北 있을 때 세습 반대”...김정은 집권후 22%→54%로
탈북자 72% “식량 배급 받아본 적 없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의 세습 지배에 불만을 갖는 여론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은 병원 진료 경험이 전혀 없었고, 70% 이상이 식량 배급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통일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발간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일대일로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그동안 탈북민 면접조사 결과는 ‘3급 비밀’로 분류해 비공개했는데, 이번에 비밀을 해제하고 보고서로 공개했다.
10년간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보고서를 공개한 건 북한 실상을 바로 알리자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북한 실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북한을 올바른 변화로 유도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준비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교적 최근(2016∼2020년)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 가운데 북한 거주 당시 ‘백두혈통 영도체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인식한 비율은 29.4%에 그쳤다. 2000년 이전에 탈북한 이들이 해당 답변이 57.3%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었다.
‘탈북 전(前) 백두혈통 영도체계 유지에 반대하는 인식을 가졌다’는 응답도 탈북시기에 따라 달랐다.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인 ‘2000년 이전’은 22.7%였지만 김정은이 집권기인 ‘2016∼2020년’은 53.9%로 확대됐다. 북한에 거주할 때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정당하지 않다고 여겼다는 답변도 탈북시기에 따라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1∼2015년’ 47.9%에서 ‘2016∼2020년’ 56.3%로 상승했다.
세습에 대한 탈북민의 불만 정도가 북한 주민 전체의 여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탈북민의 인식 변화 양상을 볼 때 세습의 정당성에 불만을 가진 북한 주민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백두혈통 기반 영도체계에 대한 인식의 균열이 강화되고 있다고 통일부는 평가했다. 김정은이 딸 주애를 후계자로 시사하는 가운데 백두혈통 4대 세습에 대한 내부 인식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로 붕괴한 배급제는 회복되지 않아 2016∼2020년 탈북한 이들의 72.2%는 식량배급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변했다. 공식 직장에서 노임과 식량배급 모두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2000년 이전 탈북민도 33.5%로 꽤 높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상승해 2016∼2020년 탈북민은 50.3%를 기록했다.
북한에서 배급제가 붕괴되고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하면서 그렇지 못한 남성들을 ‘불필요하다’라는 뜻의 ‘낮전등’이나 비하의 뜻을 담아 ‘멍멍개’라고 부른다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도 나왔다.
또 북한 거주 당시 외국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응답은 탈북시기별로 2000년 이전에 8.4%에 그쳤으나 2016∼2020년에는 83.3%로 확대됐다. 주로 본 영상물은 ‘중국 영화·드라마’가 71.8%로 가장 많고 ‘한국 영화·드라마’가 23.1%로 뒤를 이었다.
시장화와 외부정보 유입에 맞서 김정은 정권의 통제는 강화되고 있다. 탈북 전 3∼4년간 사회 감시·통제 정도에 관해 2011년 이전 탈북민은 50.7%가 강화됐다고 응답했는데, 2012년 이후 탈북민은 같은 응답이 71.5%로 뛰었다. 거주지에서 감시·가택 수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2000년 이전 탈북민은 16.4%였지만 2016∼2020년 탈북민은 51.3%로 급증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0년까지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의 증언을 분석한 것으로 북한이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봉쇄하고 통제를 강화한 이후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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