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국가 배상책임 첫 인정…“성급하게 안전성 보장”

이정규 기자 2024. 2. 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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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는 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아무개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이들 중 3명에게 국가가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족 등 13명은 2014년 8월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세퓨 등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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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패소 8년 만에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게시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를 찾는 포스터. 이정규 기자.

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8년 동안 이어진 항소심 끝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는 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아무개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이들 중 3명에게 국가가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경부 장관 등이 이 사건 화학물질(PHMG·PGH)에 대해 불충분하게 유해성 심사를 했고, 그 결과를 성급하게 반영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고시했다. 이후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안전성을 보장한 것과 같은 외관이 형성됐고, 이 때문에 (가습기살균제의) 화학물질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수입·유통돼 지금과 같은 끔찍한 피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5명 중 2명에 대해서는 위자료와 같은 성격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의 구제급여조정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았다. 구제급여조정금을 받지 않은 3명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지급받은 다른 지원금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족 등 13명은 2014년 8월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세퓨 등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16년 11월 1심 법원은 세퓨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국가의 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피해자를 대리한 송기호 변호사는 “화학물질을 심사한 환경부의 공문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당시 공무원에 대해 조사를 해 나온 증거가 이번 항소심 판결에 제출돼 1심 판결이 뒤집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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