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먹자길’ 개선했지만…효과없어 상인들 한숨[현장에서]
충북 청주시가 도로 개선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청원구 우암동 일원에서 진행한 ‘중앙로 보행환경 개선 공사’ 사업이 도리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물이 수개월째 방치돼 있는 데다 주차 문제 등으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청주시에 따르면 ‘중앙로 보행환경 개선 공사’ 사업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진행됐다. 중앙로는 직지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각각 360m 길이의 골목길 두 곳이다. 이곳에는 음식점과 술집 등 70여개의 점포가 몰려있다. 청주대 정문과 직선거리로 200여m 떨어져 있어 ‘청주대 먹자골목’으로도 불린다.
청주시는 이 골목의 이름을 ‘청주시 먹자길’로 정하고 사업에 나섰다. 골목 양방향 도로를 일방통행 도로로 바꾸고 인도 면적을 늘렸다. 차량 통행을 줄이고 시민들이 걷기 좋은 도로를 만들어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상가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법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상 주차장 38곳도 만들었다. 1년 2개월 간 2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상인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사업 시행 이후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바뀌면서 차량 통행이 불편해졌고, 인도를 넓히면서 노상 주차공간마저 줄어 손님들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13년째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67)는 “과거 50만~60만원 정도였던 평일 매출이 사업 후 15만원으로 줄었다”라며 “시가 상인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인도만 넓혔다”고 말했다. 종업원 3명과 일하던 그는 현재 혼자 식당을 운영 중이다.
시민 B씨(41)도 “청주시 먹자길에 단골 해장국집이 있어 종종 찾았는데 현재는 주변에 차를 세워둘 곳이 없어 잘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청주시의 사후관리도 문제다. 폐쇄회로(CC)TV와 공공 WIFI 제공 기능을 갖춘 스마트 가로등은 총 13개가 설치됐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거의 없다. 이 시설물은 한 대당 4000만원이 투입됐다. 7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종합정보시스템도 지역 상가 홍보를 위해 먹자길 입구 2곳에 마련됐지만 모니터는 수개월 넘게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
청주시는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 완료 후 1년 만인 지난해 11월 상가 중심부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차량 73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 주차장은 현재 무료지만 제대로 된 안내가 없어 인근 주민들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인들은 청주시가 상권활성화를 위한 소통도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C씨(40)는 “인도가 넓어지면서 야외 테이블 설치 허용 등을 시에 건의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위생 관련 문제가 있다’며 타 부서에 문의하라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향후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지역 주민·상인들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지역 상인·주민들과 주차장 이용 문제를 놓고 한차례 논의를 거쳤다”며 “추후 주민간담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손된 시설물들에 대해선 최근 수리를 했다. 향후 인근에 들어서는 청춘허브센터에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해 시설물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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