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상위권 이공계 입학생 ‘-2000명’…“국내 이공계대에 쓰나미급 충격 올 것”

이종현 기자 2024. 2.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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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일 내년 대학 입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했다.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은 "수준 높은 학생들이 의대로 다 빠져나갈 텐데, 4대 과학기술원의 입학 정원을 모두 합쳐도 2000명이 되지 않는다"며 "우수 인재 2000명이 빠져나가는 만큼 이공계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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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안을 발표한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학원에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연합뉴스

정부가 6일 내년 대학 입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공계에서는 가뜩이나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데 더 많은 인재가 이공계를 떠나 의대로 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서울대 정원이 3000명인데 2000명이면 서울대 이공계 전체와 맞먹는 규모”라며 “상위권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까지도 학업을 그만 두고 의대에 도전하려고 할 것이다. 쓰나미급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대 공학·자연과학 계열의 지난해 입학 정원은 1795명으로 2000명보다 적었다. 서울대 이공계열보다 의대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서울대 공학·자연과학 계열이 통째로 의대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은 “수준 높은 학생들이 의대로 다 빠져나갈 텐데, 4대 과학기술원의 입학 정원을 모두 합쳐도 2000명이 되지 않는다”며 “우수 인재 2000명이 빠져나가는 만큼 이공계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쏠림으로 인한 이공계의 위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종로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대 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포스텍)을 다니다 그만둔 인원이 5년간 1105명에 달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의대에 진학했을 것이라는 게 종로학원의 설명이다.

종로학원은 최근 서울 주요 대학 ‘자연계열’의 무전공 학과에서 중도탈락률이 10%를 웃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의 중도탈락률이 높다는 건 이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나 반수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종로학원이 수험생 2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40.4%의 응답자가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재수하겠다’고 답했다.

이덕환 명예교수는 “올 여름부터 이공계 대학들이 (학생들의) 학업 중단으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보완책이 있을 것 같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이공계 대학들은 10년 뒤에는 전부 외국인 학생들밖에 뽑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30년 후에는 산업 인력과 연구 인력이 사라지는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생길 사회적인 우려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갑자기 학생이 늘면서 제대로 된 실습이나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또 6년 후에 의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사회적인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하일 교수는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의사과학자 양성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의전원 체제를 다시 확대하는 등 충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교수는 “과학과 공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대학원까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대를 갔던 학생들이 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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