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쉰다’로 6년 만에 돌아온 박지윤 “살아내려 음악 했다”

서정민 기자 2024. 2. 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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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10집 발표…3월2일 5년 만의 단독공연
6여년 만의 정규 앨범인 10집 ‘숨을 쉰다’를 들고 돌아온 가수 박지윤. 박지윤크리에이티브 제공

2021년 1월, 소중한 생명을 낳았다. 딸은 더없이 사랑스러웠지만, 난생처음인 육아는 버거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밖에도 못 나가고 밤낮없이 아이를 돌보다 보면 마음이 지치곤 했다.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됐다.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숨을 쉬다 보면 언젠가 내 안에 빛이 생겨나지 않을까?’ 문득 생각했다.

“나에게 ‘숨’은 ‘음악’이에요. 숨을 멈추면 살 수 없듯이 음악을 멈추면 살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어떻게든 음악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어요. 내가 살려고 음악을 한 거죠.”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매거진 비(B)’ 사무실에서 만난 가수 박지윤이 말했다.

“숨을 쉰다, 쉬어본다/ 하루하루 살아진다/ 내 자신을 밝히어서/ 스스로 빛이 되어본다”(‘숨을 쉰다’)라고 노래하며 그는 살아냈다. 그리고 이 자작곡을 맨 앞에 실은 앨범 ‘숨을 쉰다’를 지난해 말 발표했다. 2017년 9집 이후 6년여 만에 내놓은 정규 10집이다.

박지윤 10집 ‘숨을 쉰다’ 표지. 박지윤크리에이티브 제공

초등학교 6학년 때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성악도 배웠다. 그가 속한 연기자 회사와 같은 층을 쓰던 가요 기획사의 눈에 띄어 15살에 ‘하늘색 꿈’(1997)으로 가수 데뷔하게 된 건 우연 같은 필연이었다. 박진영이 만든 ‘성인식’(2000)으로 감행한 파격 변신은 큰 성공을 안겼지만,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섹시 콘셉트 노래는 즐겁지 않았다.

“너무 어릴 때 데뷔해 바쁘게 일만 하다 보니, 내 삶이 아니라 타인에게 열심히 맞춰가는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뭘 얻고자 이러나 회의도 들고, 방황 아닌 방황도 했죠. 이를 이겨내기까지 긴 아픔의 시간을 보냈어요. 사진을 배우며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됐고, 하고 싶은 음악이 어쿠스틱한 음악이라는 걸 알게 됐죠.”

긴 공백 끝에 2009년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7집 ‘꽃, 다시 첫번째’를 냈다. 차분한 포크 기반의 음반이었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이 프로듀싱하고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음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곡을 쓰고 프로듀싱한, 진짜 박지윤을 담은 음악이라는 의미로 붙인 제목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6여년 만의 정규 앨범인 10집 ‘숨을 쉰다’를 들고 돌아온 가수 박지윤. 박지윤크리에이티브 제공

10집 ‘숨을 쉰다’는 결혼과 출산에 따른 공백기 이후 내놓은 또 하나의 복귀작이다. 앞서 “나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로 간간이 내놓은 싱글은 디딤돌이 됐다. “2022년 싱글 ‘넌’과 ‘문’을 작업하면서 자신감을 찾고 정규 앨범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새 앨범에는 자작곡을 비롯해 작곡가 헨, 권순관(노리플라이), 전진희(하비누아주), 임헌일(아이엠낫) 등과 작업한 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가 대표하듯 피아노와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이 지배적이다. 전체 10곡 중 8곡을 40인조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다. 박지윤은 “서사가 있는 영화적인 곡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나도 힘든 시기에 음악으로 위로를 얻은 만큼. 다른 사람들도 이 음악으로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앨범의 문을 닫는 ‘고래, 달빛아래 꿈’은 아이를 위해 만든 노래다. “어두운 밤 달빛 아래 큰 고래가 묵묵히 파도를 헤치며 헤엄치는 꿈을 꿨어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살다가 힘들 때 꺼내 들었으면 하는 노래로 만들었어요. 어두운 밤이 와도, 큰 파도가 밀려와도 묵묵히 헤쳐나가는 고래처럼 아이가 잘 헤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요.”

6여년 만의 정규 앨범인 10집 ‘숨을 쉰다’를 들고 돌아온 가수 박지윤. 박지윤크리에이티브 제공

박지윤은 오는 3월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아트센터 서울에서 콘서트 ‘러브 이즈 마이 송’을 펼친다. 2019년 마지막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클래시컬한 이번 앨범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어렵게 잡은 공연장인데, 1300석이나 되는 곳은 처음이라 욕심도 나고 고민도 많다”고 했다. 8인조 현악단과 밴드 편성으로 새 앨범과 이전 7~9집 노래들을 들려줄 계획이다.

“대단한 포부보다는 그저 꾸준히 음악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틈틈이 소극장 공연도 해보고 싶고요.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나중에 쌓여진 내 음악이 있지 않을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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