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억원의 사나이’ KT 고영표 “부담감과 압박감도 느끼지만, 그만큼 행복감도 느낍니다”
“부담감에 압박감도 느끼지만, 그만큼 행복하기도 합니다.”
지난달 29일부터 프로야구 KT가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 중인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 KT의 토종에이스 고영표(33)의 첫 불펜 피칭에는 힘이 바짝 실려있었다. 그의 공을 받은 불펜 포수는 연신 “좋아”, “나이스 볼”을 외쳤다. 고영표는 스프링캠프에 앞서 몸 관리를 착실한 뒤에 선수단에 합류했다. ‘107억원의 사나이’다운 준비성이었다.
불펜 투구를 마친 뒤 만난 고영표의 얼굴에는 흡족함이 가득했다. 그는 “몸 상태는 너무 좋아요. 기장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피칭이라고 할 만한 공을 던졌는데, 마음에 듭니다. 부족함도 느꼈기에 잘 채워 가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스프링캠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고 묻자 “확실히 그런 게 있는 것 같긴 해요. 부담감과 압박감,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그런데 그만큼 행복감도 느낌니다”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던 고영표는 KT와의 일찌감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에게는 사실상 KT 종신계약이나 마찬가지다.
선배의 진심에 엄상백도 “(고)영표형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워요. 제가 좀 나태해진다 싶으면 회초리같은 조언도 해주고요. 제구가 좋고, 위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경기를 풀어나가는 영표형의 투구에 저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영표형처럼 볼넷을 줄이고, 스트라이크를 더 던지려 노력했더니 볼넷도 점점 줄더라고요”라고 화답했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소형준이 돌아오기 전까지 KT 선발진에선 고영표와 엄상백의 ‘사이드암 듀오’가 외국인 원투펀치에 이어 토종 원투펀치가 되어 선발진을 끌어줘야 한다. 둘은 마주보며 “우리 둘이서 350이닝 이상 던지면 우리 팀 선발진이 잘 돌아간다는 증거 아닐까요. 그렇게 해서 한국시리즈 우승 한 번 더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기장=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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