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가 손님 맹견에 물려 전치4주…"견주는 보고만"

대리운전 기사가 손님의 차량에서 맹견에게 물려 크게 다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A 씨가 ‘보배드림’에 게시한 사진 캡처

부산 사상경찰서는 폭행 혐의로 대리기사 A 씨와 손님 B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달 부산 사상구 백양터널 인근에서 시비가 붙어 다툰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의 사연은 지난달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맹견에게 사람이 물려 피흘리고 있는데 구경하는 견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게시물에 따르면 A씨는 두 달 전 아내와 2인 1조로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그가 대리운전을 하고, 아내가 다른 차량으로 뒤따르며 고객 전화를 받을 때마다 함께 이동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A 씨는 지난달 전화를 받고 B 씨의 차를 대리운전했다. A 씨에 의하면 당시 차량에는 맹견 로트와일러를 포함해 차우차우처럼 보이는 큰 개와 작은 개까지 세 마리 개가 타고 있었다. 입마개나 목줄도 차지 않은 상태였다. 개의 특성을 잘 몰랐던 A 씨는 별다른 조처 없이 운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사고 당일 새벽 2시30분께 B 씨는 A 씨가 과속을 한다며 욕설한 뒤 차를 세우게 했다. A 씨가 차에서 내리자 B 씨도 보조석 문을 열어둔 채 차에서 내리며 다툼이 벌어졌다. 이에 A 씨 아내는 뒤따르던 차량에서 내려 둘을 말렸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을 밀쳐 넘어뜨리는 등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A 씨 아내가 이를 막자 차량에 있던 로트와일러가 달려들어 아내의 머리를 물고 흔들었고, 아내는 바닥에 끌려 가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A 씨가 개를 밀쳐내자, 개는 A 씨의 손을 물기까지 했다. 그는 “개를 떼어내기 위해 온힘을 쓰는 5분여 동안 견주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러는 동안 경찰이 왔다. 제 손은 누더기처럼 해지고 피가 나는 상태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A씨가 게시물에 첨부한 사진 속 그의 손은 앞뒤가 모두 찢겨있다. A 씨 아내는 정수리 부분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진 모습이다. A 씨는 자신은 전치 4주, 아내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쌍방 폭행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의 아내 차량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또 폭행과 별개로 경찰은 개물림 사고와 관련해 B 씨에게 과실치상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동물보호법상 월령이 3개월 이상인 로트와일러 등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는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개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