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즈 1’ 마친 ‘태계일주’, ‘혼자’와 ‘모두’의 역설[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2. 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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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 3’ 한 장면. 사진 MBC



표현을 하자면 ‘페이즈(Phase) 1’의 종료다. MBC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가 지난 4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편의 종료를 알리면서 애초 예정됐던 세 개의 시즌 방송을 모두 마쳤다.

지난 4일 방송에서는 마다가스카르의 휴양섬 노시베에서 이란자 섬으로 넘어가는 기안84, 이시언, 빠니보틀, 덱스의 여정이 펼쳐졌다. 이들은 바람을 타는 목선에 몸을 싣고 낭만을 느꼈으며, 도착한 섬에서 야생거북이와 함께 유영했다.

또한 저녁에는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다 밤새 들이부은 비와 바람에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그렇게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이들은 마다가스카르의 일출을 보면서 조용하게 여행의 막을 내렸다.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 1(위부터), 2, 3 포스터. 사진 MBC



총 10회로 기획된 ‘태계일주 3’는 일요일 오후 9시 시간대를 받고 평균 6%를 넘어서는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온라인에서 각종 반응을 남기는 화제성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세 군데 여정을 부지런히 마친 기안84는 어느새 ‘연예대상급’ 인지도를 갖게 돼 MBC ‘방송연예대상’의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여기에 덱스의 신인상, ‘태계일주’ 팀의 베스트팀워크상,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등 수상기록도 풍성했다.

2022년 연말 ‘태계일주’의 편성 소식이 알려졌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또 하나의 여행 예능이 나오는 거냐?”는 볼멘소리였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이 잦아들면서 여행 예능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오고 있었고, 이 프로그램 또한 기안84라는 캐릭터만 믿고 떠난 세계여행이었기에 과연 그 차별화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하지만 세 시즌에 걸쳐 ‘태계일주’는 조금씩 기존 여행 예능과 다른 지점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그림이 기안84가 찾아갔던 두 군데의 장례식장 그리고 사람들이었다. 보통 여행 예능의 경우 연예인들이 현지 풍광을 그저 배경으로 만들거나, 자신들끼리의 친목에 집중하는 데 반해 ‘태계일주’는 적극적으로 현지, 현지인과의 교감을 시도했다.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 1(왼쪽부터), 2, 3 포스터. 사진 MBC



장례식장이 그러했다. 인도 편의 바라나시 강 유역 장례식장을 보인 것이 처음이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불과 함께 한 줌의 재가 되는 현장에서 늘 밝기만 하던 기안84의 얼굴에는 진지한 삶에 대한 성찰이 떠올랐다. 이는 마다가스카르 편으로 이어져 ‘파마디하나’라는 독특한 장례문화의 경험으로 이어졌다. 한창 흥겹게 춤을 추던 기안84가 구석의 울음바다를 목격할 당시의 반전은 진지한 울림이 됐다.

이는 결혼식장 참관과 더불어 현지인들의 정서를 더 깊이 이해하는 토대가 됐다. 그리고 남미 편의 포르피, 인도 편의 동자승, 마다가스카르 편의 뱃사람 플로라의 모습처럼 현지에서 작지만 소중한 꿈을 안고 사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껴안으며 ‘태계일주’는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태계일주’ 앞으로의 숙제도 발생한다. 남미 편의 기안84, 이시언, 빠니보틀, 인도 편의 기안84, 빠니보틀, 덱스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기안84, 이시언, 빠니보틀, 덱스 4인조 완전체가 됐다. 이들은 격의 없이 소통하며 추억을 쌓고 유대를 맺었으며, 나중에는 눈시울을 훔칠 정도로 정이 들었다.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 3 한 장면. 사진 MBC



그러나 그 와중에서 현지와의 교감은 조금씩 사라졌다. 마다가스카르의 풍광은 다시금 배경이 되고 있었으며, 네 남자의 우정과 성장이 더 깊은 서사로 자리 잡았다. 미안하지만, 그 서사는 기존의 여행 예능 성장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각 시리즈에서 기안84가 초반에 혼자 떠나며 좌충우돌 현지인과 뒤섞이고, 현지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더 신선한 것은 분명히 제작진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네 명의 우정과 연대를 강조할수록 서사는 깊어지지만, 여행 예능으로서 가져왔던 ‘태계일주’의 차별점은 희석된다.

결국 ‘혼자’와 ‘모두’ 중 ‘모두’는 당연히 뭉클하지만, 진부할 수도 있는 리스크가 되는 것이다. 과연 앞으로의 ‘태계일주’에서 제작진은 익숙함과 새로움 중 어떤 가치를 택하게 될지 기대를 모으는 순간이다.

처음 김지우PD가 ‘태계일주’를 기획했을 때, MBC와 제작진은 시즌 3까지를 그려놨다. 그래서 시즌 1이 잘 되자 곧바로 2, 3이 편성될 수 있었다. 이렇게 큰 한 편의 여행기가 끝난 지금, MBC의 입장에서는 ‘태계일주’ 다음 시즌을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다음 시즌을 해야 하는가. ‘혼자’와 ‘모두’의 역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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