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나토 가입 ‘산 넘어 산’···이번엔 헝가리 여당이 비준안 표결 ‘보이콧’
튀르키예의 찬성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던 스웨덴이 이번에는 헝가리 의회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비준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약속과 달리 헝가리 집권여당이 표결을 보이콧하며 또 다시 가입이 미뤄지게 됐다.
5일(현지시간) 헝가리 집권여당인 극우 민족주의 성향 피데스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하기 위해 야당이 소집한 의회 임시회를 보이콧했다. 전체 의원 199명 가운데 피데스당 소속 의원 대부분이 불참하면서 야당 의원 51명만 회의장에 나왔다. 이에 따라 회의는 정족수 부족으로 연기됐다.
이날 헝가리 의회에는 비준안 처리를 독려하기 위해 주헝가리 미국 대사를 비롯해 폴란드, 덴마크, 슬로바키아 등 나토 회원국 외교관 16명이 회의장을 찾은 상태였다. 데이비드 프레스먼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장을 떠나며 “오르반 총리는 가능한 빨리 의회를 소집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고, 오늘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우리는 헝가리가 신속하게 행동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군사적 중립’을 표방했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석 달 뒤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4월 나토에 합류했으나, 스웨덴의 경우 튀르키예가 자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이 옹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가입이 지연돼 왔다.
헝가리는 스웨덴이 32번째 나토 회원국으로 합류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최대 걸림돌’이었던 튀르키예 의회가 지난달 스웨덴의 가입안을 비준하면서, 헝가리는 31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입 비준을 하지 않은 국가로 남았다.
헝가리는 나토 및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 가까운 국가로, 대러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과 관련해 유럽 내에서 지속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롤모델’이라고 밝혀왔을 정도로 친러 성향으로 분류된다.
헝가리 여당 의원들은 의회 비준 전에 스웨덴 총리가 헝가리를 방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테 코치스 피데스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2월 말 정기 회기 때 비준될 수도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선 (스웨덴과 헝가리의) 두 총리가 만나야 한다. 스웨덴에게 나토 가입이 중요하다면 그들은 튀르키예를 방문했던 것처럼 헝가리에도 와야 한다”고 밝혔다.
피터 시자르토 헝가리 외무장관도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튀르키예 의회의 비준안 처리 전 튀르키예를 방문했던 것처럼 헝가리를 방문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밝혔다. 스웨덴 정부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야당은 여당의 보이콧이 오르반 총리의 ‘허영심’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아그네스 바다이 민주연합당 의원은 “모든 야권 정치인이 조속한 비준안 처리를 요구하는데도 오르반 총리의 개인적 허영심 때문에 여당 다수가 표결에 불참했다”면서 “표결 불참으로 오르반 총리는 언론의 관심을 끄는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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