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집회 고소’ 연세대생들 손배소 패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지난 2018년 3월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구조조정 철회 요구 집중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학내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청소·경비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연세대 학생들이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6단독 주한길 판사는 6일 연세대 학생 2명이 김현옥 당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장과 박승길 부분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학생들은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이아무개씨 등 연세대 학생 3명은 지난 2022년 6월 법원에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미신고 집회를 주최하며 소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업이나 개인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고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각각 155만~241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장에 “약자라고 해서 불법행위까지 묵인해야 할 필요는 없다. 또 다른 약자(학생들)를 위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도 썼다.

그러자 연세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이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대자보와 입장문 등을 냈고, 연세대 출신 변호사 등은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해 형사·민사 사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소송 도중 연세대 학생 1명은 소를 취하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소송대리인단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정병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 없이 오로지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할 수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긴 소송에서 당사자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청소노동자들을 위로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 류한승 조직부장도 “진짜 사장인 대학이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이번 소송으로 학생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전 분회장은 한겨레에 “그 학생이 우리처럼 약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다행이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씨 등은 앞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는 각각 ‘혐의없음’과 ‘죄가 안 됨’으로 불송치됐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