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식 가습기에 영·유아 화상 빈발…“안전장치 미흡”

소비자원 “가습기 피해 92건 중 77% 영·유아”
“21개 모두 넘어지면 물 흘러…97~100℃”

클립아트 코리아

가열식 가습기에 영·유아 화상 사고가 빈발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습기가 넘어졌을 때 뜨거운 물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없는데다 일부 제품은 주의 표시조차 없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소비자원 발표를 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물을 끓여 수증기를 내뿜는 가열식 가습기를 사용하다가 소비자가 화상을 입은 사례는 모두 92건으로 전체 피해 건수(164건)의 56.1%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6건, 2021년 16건, 2022년 23건, 2023년 47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92건 가운데 77.2%는 만 6살 이하 영·유아에게 발생했다. 호기심이 많은 영·유아가 가습기를 넘어뜨려 화상을 입은 사례가 많았다.

소비자 부주의 외에도 제품 안전장치와 주의 표시 미흡도 사고 발생 원인이 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가열식 가습기 21개 제품을 시험한 결과, 모든 제품이 넘어졌을 때 수증기 토출구를 통해 뜨거운 물이 흘렀다.

특히 내솥 전체를 가열하는 밥솥형 제품(27개)의 경우엔 물 온도가 97~100℃에 달했다. 한 제품은 넘어졌을 때 뚜껑이 열리면서 물이 다량 쏟아져 화상 우려가 심각했다고 소비자원은 짚었다.

일부 제품은 주의 표시 규정에도 소홀했다. 가열식 가습기는 규정상 최고 온도가 60℃를 웃돌 경우, 증기 배출기 근처에 주의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또 수동으로 물을 공급할 때 정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수위 표시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2개 제품은 수증기 온도 주의 표시가 미흡했고, 1개 제품은 수위 표시가 없어 개선이 필요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가 넘어졌을 때 누수 저감 방안을 마련하고, 영·유아 화상 주의 표시를 강화할 것을 사업자에게 권고했다”며 “관계부처는 물론 홈쇼핑·오픈마켓 판매 사업자에겐 가열식 가습기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