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하다 맹견에 물린 부부…"견주는 보고만 있어"

대리운전 손님 차량에 맹견
"손 누더기"...전치 4주 부상
경찰, 견주에 과실치상 검토

본인을 대리운전 기사라고 밝힌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손 상처 사진. 손 앞뒤가 전부 뜯겨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리운전 기사가 고객의 차에서 맹견에게 물려 크게 다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6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대리기사 A씨와 손님 B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사연은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맹견에게 사람이 물려 피 흘리고 있는데 구경하는 견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글에 따르면 A씨는 두 달 전부터 아내와 2인 1조로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A씨는 대리운전을 하고 아내는 다른 차량을 몰고 뒤따르며 고객 전화를 받을 때마다 함께 이동했다.

지난달 전화를 받고 B씨의 차를 대리운전한 A씨는 "(차에) 맹견 로트와일러를 포함해 차우차우처럼 보이는 큰 개와 작은 개까지 세 마리 개가 타고 있었다. 입마개나 목줄도 차지 않은 상태였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A씨는 개의 특성을 잘 몰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운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그렇게 운전하던 오전 2시 30분쯤, B씨는 A씨가 과속을 한다는 이유로 욕을 하며 차를 세우게 했다. A씨가 차에서 내린 뒤 B씨도 보조석 문을 열어둔 채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이 시비가 붙자 차를 타고 뒤따라오던 A씨 아내가 다가와 말렸다. A씨는 아내에게 영상을 찍어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A씨는 B씨가 본인을 넘어뜨리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아내가 이를 막자 차에 있던 로트와일러가 달려들어 아내의 머리를 물고 흔들었고, 아내는 바닥에 끌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A씨가 개를 밀쳐내자 개는 A씨의 손을 물었다.

A씨는 "개를 떼어내기 위해 온 힘을 쓰는 5분여 동안 견주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라며 "그러는 동안 경찰이 왔다. 제 손은 누더기처럼 해지고 피가 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글과 함께 A씨가 올린 사진에는 A씨의 손 앞뒤가 모두 찢겨 있었다. A씨 아내는 정수리 부분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진 모습이었다. A씨에 따르면 아내는 전치 2주, 본인은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쌍방 폭행을 주장했다. 경찰은 A씨의 아내 차량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폭행과 별개로 경찰은 개물림 사고와 관련해 B씨에게 과실치상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월령이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엔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개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주인의 차로 개를 이동시킬 때에도 안전관리 의무를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맹견 물림사고가 반복되자 정부는 '맹견 사육 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오는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맹견을 키우려는 사람은 시·도지사에 사육을 허가받아야 한다. 만약 맹견이 사람·동물을 공격해 다치거나 죽게 했다면 사육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은 로트와일러와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이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