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임금체불액 지난해 4000억 돌파…위기 대응 부처합동 간담회
지난해 침체가 본격화한 건설업의 임금체불이 4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건설업 투자는 1.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건설경기가 나빠지면 관련 종사자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6일 이같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업계 당사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대한건설협회 등 업계 유관단체들과 ‘건설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건설경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업 수주 규모는 총 175조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수주가 줄면서 건설투자도 지난해 4분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건설투자는 2023년 2.7%에서 올해 -1.8%로 마이너스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건설경기 침체에 개별 건설업체들의 재무 여건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건설업(외감기업 기준)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은 2020년 4.7%, 2021년 4.9%로 증가했다가 2022년 3.6%로 주저앉았다. 금융비용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업체수는 지난해만 1948개사에 달했다. 이는 2006년 이래 최대치다.
이날 정부는 지난 1월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서둘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저금리 PF 대출로 갈아탈 대환보증 신설, 건설사가 보증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대출 전환 확대(3조원→5조원) 등 유동성 지원책이 있다. 지방에 집중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시 세제 혜택을 주는 일부 미분양 대책은 이미 시행 중이다.
종합건설사 등의 위기가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내놨다. 정부는 도급사가 위기시 하도급 대금을 발주자가 지급하는 발주자 직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은 지난 5일 기준 128개 착공 현장 중 80개가 발주자 직불로 전환됐다. 앞으로 대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발주자가 대신 하도급사에게 대금을 지급하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공이 발주한 현장이 발주자 직불로 모두 전환된 반면 태영건설의 63개 민간현장 중 직불 합의가 체결된 사업장은 15곳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주자, 원도급사, 하도급사, 대주단 등 4자가 합의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원도급사가 하도급 대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발행하더라도, 임금은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가 위기 건설업 지원 대책을 다각도로 내놨지만 가장 ‘약한고리’인 하도급 업체 종사자 피해는 이미 확산되고 있다. 이날 고용부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임금 체불액은 4363억원으로 전년 대비 49.2% 폭증했다. 산업 전체 임금 체불액이 1조7845억원이었는데 이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로 제조업(30.5%)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체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고용부는 “중층적 하도급 구조에서 지불능력이 열악한 하위단계의 하수급인에게서 임금 체불이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엔 그 위 도급 업체(직상수급인)가 임금을 대신 지급하게 만드는 임금 특례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공사비 30억원 이상 규모의 현장 500개소를 점검한다고도 밝혔다. 태영건설 105개 현장도 점검 대상이다. 이미 서울 상봉동 현장은 10억원, 대구 신천동은 11억원 가량 체불 임금이 해결되면서 지난 달 말 공사가 재개됐다.
정부는 재직근로자 익명신고에 따라 1월부터 기획감독(38개소)을 실시하고 있다. 고의·상습적인 체불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 등 사업장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월부터 체불근로자 생계비 융자 상환기간을 연장(거치 1→2년)했다. 체불사업주 융자 요건도 완화해 체불 청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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